26일 밤 시작된 '수도권 폭설' 28일 밤 멎어
북쪽 찬 공기+뜨거운 서해=큰 눈구름으로
0도 근방서 무겁고 습한 눈 생겨 피해 커져
29일 내리는 눈은 적지만 빙판길 주의해야
지난 이틀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난 이례적인 '11월 폭설'의 원인은 눈구름이 크게 발달하기 좋은 '더운 바다'였다. 영하 5도에서 0도 사이 너무 낮지 않은 기온에서 눈이 오다 보니 평소보다 두세 배 정도 무거운 '습설(습한 눈)'이 내려 피해가 더 컸다. 강한 눈은 28일 밤 대부분 그치겠으나 다음 날까지 눈이 더 내리는 곳도 있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26일 밤부터 눈이 계속돼 28일 정오 기준 △경기 용인 백암 41.3㎝ △광주 38.8㎝ △수원 36.7㎝ △군포 금정 36.4㎝ △서울 20.7㎝ △인천 19.5㎝ 등 수도권 중심으로 많은 눈이 쌓였다. 특히 27일 서울과 인천에는 11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로 많은 눈이 쌓였다. 같은 날 수원엔 32.3㎝가 쌓여 1964년 관측 이래로 일최심적설 극값(하루 중 최대 적설량) 1위를 기록했다.
해기차 17도면 폭설인데 이번엔 27도 차이
이번 눈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부지방에 집중된 것은, 한반도 주변에 '니은(ㄴ) 자' 모양으로 형성된 대기 하층 기압계 배치와 평년보다 높은 해수 온도가 원인이었다. 니은 자 통로를 따라 내려온 시베리아 찬 공기가 곧바로 수도권에 들이닥치는 조건이 갖춰졌는데, 그 바람이 지나치는 서해의 수온도 평년보다 2도가량 높다 보니 '크고 두꺼운 눈구름'이 형성된 것이다. 보통 해기차(해수면 온도와 대기 온도 차이)가 17도만 돼도 많은 눈이 내릴 수 있는 조건인데, 이번에는 27도 이상 벌어졌다.
강설 지역에서는 다수의 시설물 붕괴 사고가 일어나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건설(건조한 눈)'보다 두세 배 정도 무거운 '습설'이 내린 것이 눈 피해가 컸던 원인으로 꼽힌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영하 20~10도에서 생기는 건설에 비해 영하 5도~0도 사이에서 발생하는 습설은 일부 눈이 녹고 물방울도 달라붙으면서 두텁고 무겁다"고 설명했다. 0도 근방의 '애매한' 강설 온도는 같은 지역 내에서도 적설 편차가 큰 원인이 됐다. 단적인 사례로 같은 서울인데도 이날 정오 종로구 송월동에는 19.1㎝, 관악구에는 35.1㎝의 눈이 쌓였다. 고도가 낮은 곳은 비로 내리거나 금방 녹고, 고도가 높은 곳은 눈으로 내려 쌓인 셈이다.
28일 밤 눈 멎었다 29일 낮에 반짝 또 내려
이틀째 이어지던 많은 눈은 서울·인천·경기북부에서는 이날 오후 중, 경기남부와 강원내륙·산지는 늦어도 밤중 대부분 그칠 전망이다.
다만 29일 낮 동안 대기 상층에 기압골이 한 차례 지나가면서 비나 눈이 조금 내릴 수 있다. 예상 적설량은 △제주산지 3~8㎝ △서울·인천·경기, 강원내륙·산지, 전북내륙, 경북북부내륙·북동산지 1~5㎝ △충청권, 전남동부내륙, 경북남서내륙, 경남서부내륙 1~3㎝ △서해5도 1㎝ 미만 등이다. 비로 내릴 경우 예상 강수량은 대체로 5~10㎜ 안팎이다. 앞선 이틀에 비해 강수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기온 변화에 따라 내린 눈이 얼고 녹으며 빙판길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도보나 운전 시 사고에 각별히 신경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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