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많은 운전자들이 교차로에서 원치 않은 신호위반을 한다. 올해 4월 대법원에서 황색신호 등화 시 교차로에 진입할 경우 신호 위반이라고 판결됐기 때문이다.
신호 교차로에서는 녹색 신호가 종료되는 순간 정지선에 너무 가까워 안전하게 정지할 수 없고 교차로를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도 없는 딜레마존이 발생한다. 이러한 딜레마존을 없애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황색 시간을 산정한다. 황색 시간은 1차로 정지할 준비를 하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물리적으로 안전하게 정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교차로를 신속히 빠져나가는 시간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교차로라는 공간은 여러 방향의 차량 이동과 보행자의 이동이 집중되는 공간으로 명확한 법령에 의한 약속을 통해 고민 없이 이용해야 하는 공간이다.
우리나라 신호 등화의 근거법은 도로교통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황색 등화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정의돼 있다. '차마는 정지선이 있거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에는 그 직전이나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하여야 하며, 이미 교차로에 차마의 일부라도 진입한 경우에는 신속히 교차로 밖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 법에서는 황색 등화 시 교차로 전에 안전하게 정지할 수 없는 상황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관련 법의 정의가 대법원 판결의 근거라고 판단된다.
도로교통법은 1961년 최초 제정됐고 수많은 개정을 거쳐 현재 도로에서의 규정과 규칙의 기준이 되고 있다. 현재 황색 신호의 정의는 1979년 개정 시의 문구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45년 전 안전에 대한 깊은 고려가 부족했던 성장시대의 기준이다.
반면 유엔 국제표준협약인 ‘비엔나 협약’을 따르는 유럽에서의 황색 신호 정의는 '정지선을 통과하기 전에는 안전하게 정지할 수 없을 정도로 정지선이나 신호기에 너무 가깝지 않은 한 어떤 차량도 정지선을 통과하거나 넘어갈 수 없다'고 정의돼 있다. 미국의 정의에도 '정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교차로를 신속히 통과하여야 한다'는 부가 문구가 있고 일본의 경우에도 '단, 차량이 정지선 위치에 근접하여 안전하게 정지할 수 없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가 있다. 공통적으로 황색신호 등화 시 정지선에 정지해야 하지만 '안전하게 정지할 수 있는 경우'에 정지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앞서 우리나라 황색신호의 정의 중에는 없는 중요한 차이점이다.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복잡해지고 자율주행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시대에 이런 명확하지 않은 약속이 45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미래 사회를 위해 상식적이고 안전한 약속을 다시 맺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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