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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교수를 활용하자

입력
2025.01.06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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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저는 2012년에 교수직에서 퇴임하였습니다. 퇴임 후에도 학문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며 중국에서 4년, 미국에서 2년 동안 교수 생활을 지속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온 지난 4년, 강단에 설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 규정상 만 70세가 넘으면 학점 강의를 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강의를 할 체력과 열정이 있으며, 전공 분야에 대한 지식도 있습니다. 나이라는 벽에 가로막힌 것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학 운영의 구조적 한계입니다.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정규 교수 채용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필요한 과목과 학점은 충족시켜야 하기에 교수 한 명이 과도한 강의 부담을 떠안고 있습니다. 자신의 전공이 아닌 과목까지 맡아야 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대학 수준에서 비전공 과목을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강의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낮은 강의 질 속에서 학생들은 학점만 채워 졸업하게 되고,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집니다.

한편, 대학은 강사 채용마저 기피하고 있습니다. 이는 재정적 부담뿐만 아니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른 고용 전환 의무와 관련이 있습니다. 기간제법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는 대학 운영에서 강사 채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사 처우를 개선하려는 교육부와 대학의 현실적 제약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근본에는 재정적 제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강사의 장기 고용을 제한한 것은 박사 학위 소지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려는 의도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이 방침을 따르는 과정에서 대학의 재정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으며, 이는 교육의 질과 행정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대학 모두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의 대안으로 퇴임 교수 활용을 제안합니다. 퇴임 교수는 정규직 전환 의무가 적용되지 않으며, 시간 강의에 집중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인력입니다. 대학은 재정부담 없이 강의를 맡길 수 있고, 학생들에게도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방안이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퇴임 교수가 젊은 학자들의 고용 기회를 잠식한다는 우려를 제기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다양한 대안 중 하나로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유능한 교수들이 해외로 떠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학문 후속세대의 기회를 보호하며, 국가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이강용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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