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바이든, ‘전 정부 임명’ 레이 유임”
“인준은 상원 권한”… 공화서도 비토·견제
10년 임기 중 3년이 남은 미국 최고수사기관 연방수사국(FBI) 수장을 ‘충성파’로 교체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구상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백악관과 민주당 등 현 집권 세력뿐 아니라 차기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 여론이 강하다. 공화당 상원의원 절대다수의 협조가 없으면 지명자 인준안 통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본령 지켰다고 수사기관장 자르나”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현지시간)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FBI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는 (전 대통령인) 트럼프가 임명한 인물이지만 조 바이든(대통령)은 그를 해임하지 않았고, 바이든 행정부 기간 임기를 채우도록 허용했다”며 “FBI는 정치로부터 격리된 독립 기관으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당선자는 FBI 국장으로 캐시 파텔 전 국방장관대행 비서실장을 지명했다. 1기 집권 첫해인 2017년, 당시 국장 제임스 코미를 해임하고 후임으로 발탁한 레이 역시 코미의 전철을 밟게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FBI 국장 임기는 10년으로 정해져 있다. 애초 제한의 목적이 강했다.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비밀공작반의 야당 도청) 당사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임명한 FBI 국장 L 패트릭 그레이가 정권에 충성한 일이 계기가 됐다. 정권에 잘 보여 임기를 연장할 수 없도록 유인을 제거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함부로 자르지 못하도록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취지도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미국 CNN방송에 “FBI 국장이 다른 행정부 임명직과 다른 것은 대통령 임기(4년) 두 번보다 길 정도로 임기가 충분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 국장은 본령을 잘 유지했다는 게 민주당 판단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 ABC방송에 출연해 “레이는 바이든 행정부 4년간 현직 미국 대통령에게 당파적으로 기울게 마련인 정치에서 완전히 떨어져 그 역할을 수행했다. 이게 바이든 대통령이 지킨 훌륭하고 깊이 있는 초당파적 전통”이라고 말했다. 제이미 라스킨 연방 하원의원(민주·메릴랜드)은 CNN에 “충성파를 원하는 트럼프에게 레이는 너무 독립적이고 객관적이었던 것 같다”고 비꽜다.
“상원 누구도 새 후보 찬성해선 안 돼”
새 국장 후보인 파텔은 공화당 내에서도 논쟁적인 인사다. 트럼프 당선자의 눈에 들기 위해 기존 제도에 대한 극단적 반감을 끊임없이 드러낸다는 것이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CNN 인터뷰에서 파텔을 1930년대 옛 소련 스탈린 정권 비밀경찰인 내무인민위원회(NKVD) 수장에 비유하며 “상원은 이 지명을 100 대 0으로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는 이미 집권 1기 말 한 차례 파텔을 FBI 부국장으로 기용하려 했는데, FBI를 관할하는 법무부의 당시 윌리엄 바 장관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된다”며 격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트럼프 당선자에게 더 성가신 문제는 상원 공화당 내 견제 기류다. 마이크 라운즈 연방 상원의원(공화·사우스다코타)은 ABC 인터뷰에서 “임명권은 트럼프에게 있지만 상원은 임명권자에게 동의와 함께 조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레이는 매우 훌륭한 사람이고, 임기 10년 보직에 그를 임명한 사람은 트럼프”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 구도인 차기 상원에서 민주당 전원이 반대한다고 가정할 때 공화당 의원 4명만 이탈해도 인준안은 통과될 수 없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