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추가 유예하는 정부∙여당안을 결국 수용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이어 투자자들의 반대 여론에 백기를 든 모습이다. 감세에만 적극적인 여야의 ‘선택적 협치’는 세금마저 “떼 쓰면 안 내도 된다”는 아주 나쁜 선례를 또 남겼다.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당초 2022년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과세는 이미 두 차례 연기됐다. 공제 한도를 높여서라도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하자던 민주당은 갑자기 “추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방침을 바꿨다. 중도 확장에 나서는 이재명 대표가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과세가 시스템적으로 가능하냐”는 언급을 한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한다.
정부와 양당은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의 소득 파악은 2027년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자동 교환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이유를 댄다. 하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은 같은 조건임에도 이미 과세를 시행 중이다. 떼를 쓰는 800만 가상자산 투자자에 굴복하면서 둘러대는 핑계일 뿐이다.
일각에선 금투세 폐지에 따른 주식 투자자와의 형평성을 말한다. 하지만 기업이 발행한 주식이 거래돼 경제 선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증시와 달리 가상자산 시장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검증된 게 없다. 가뜩이나 ‘트럼프 2기’를 앞두고 가상자산 시장이 들썩인다. 훗날 여∙야∙정 모두 ‘묻지마 투기’에 기름을 부은 공범으로 남겠다는 건가. 금투세와의 형평성을 따지기 앞서 세금이 꼬박꼬박 부과되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과의 형평성부터 말하는 게 옳을 것이다.
무엇보다 반복되는 과세 유예 결정은 조세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일이다. 여야 합의로 입법된 과세조차 유권자 표심에 따라 얼마든 폐기되고 유예될 수 있다는 선례만 차곡차곡 쌓고 있다. 유예가 끝나는 2년 뒤면 차기 대통령 선거가 목전이다. 그때는 금투세처럼 아예 폐지하자고 여야가 합심할지 모른다.
과세 유예에 앞장섰던 여당의 행태 또한 당혹스럽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의 입장 번복을 두고 “국민을 이겨 먹는 정치는 없다”고 했다. 정작 ‘김건희 특검법’ 등 핵심적 현안에는 국민을 이기려 들면서 감세를 두고는 국민 뜻 운운하니 너무 이율배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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