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4회에 걸쳐 연재한 ‘무너진 교실 딥페이크 그 후’ 기획은 만연한 딥페이크 범죄가 우리 학교공동체를 얼마나 삽시간에 황폐화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연초부터 지난달 초까지 학교 내 딥페이크 피해자(학생·교사·직원)가 948명에 이를 정도로, 딥페이크는 학교 울타리 안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상이다.
기사가 전한 현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10세 초등학생이 친구 얼굴을 알몸 사진에 붙여 합성이미지를 만든다. 13세 남녀 학생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친구의 딥페이크 사진을 올리는 것도 모자라, 정체불명 알몸 사진을 ‘친구 어머니’로 특정하며 성희롱 대화를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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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창궐은 전인교육의 근간이어야 할 ‘사제 신뢰관계’까지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취재에 응한 11년차 중학교 교사는 교내에서 딥페이크 피해를 당한 뒤, 제자들이 다 용의자로 보일 만큼 믿음을 잃었다고 했다. 수사기관은 도움을 주지 못했고, 학교는 쉬쉬할 뿐 교사들을 보호하지 않았으며, 학부모들은 “그 정도도 감수하지 못하느냐”며 ‘교사다움’을 강조했다고 한다.
교내 딥페이크 범죄를 둘러싼 이런 기막힌 풍경은 가치보다 효율, 윤리보다 기술·지식을 강조한 한국 교육의 고질적 병폐가 근본 원인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교육 현장이 이 지경이 됐음에도 효과적 해법을 내놓지 못한 정부도 주도적 책임을 져야 한다. 특수활동비가 딥페이크 수사에 활용되는 현실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특활비를 전액 삭감시키려는 국회의 맹목적 정파성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
놀랄 만큼 빠른 확산 속도 탓에 정부가 고민 끝에 내놓은 범정부 대책이 과연 통할지 절망감마저 들지만, 관련 범죄가 철저히 근절될 때까지 예산·제도·교육·수사·처벌 등 종합대책 추진에 정부 자원을 아낌없이 투입해야 한다. 그게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한 어른들의 책임이다.
놀라움과 충격이 가득했던 본보 기사에서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딥페이크 피해 교사를 위로했던 이들은, 정작 딥페이크 용의자로 몰렸던 학생들이었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예방책과 관련 교육만 뒤따른다면, 우리 아이들에겐 딥페이크 범죄 따위 저 멀리 떨쳐낼 수 있는 잠재력이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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