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태국·필리핀 등 계엄령 긴급 타전
"대사관 전화해 한국 떠나야 하는지 물어"
윤석열 대통령의 한밤중 비상계엄 선포에 동남아시아 각국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에는 동남아 출신 이주 노동자와 유학생이 다수 거주하는 만큼 이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주요국 언론들은 윤 대통령이 3일 밤 10시 25분쯤(한국 시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급변했던 한국 상황을 긴급 보도했다.
해당 매체들은 실시간 속보 형식으로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 진입한 상황 및 계엄령 해제 과정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계엄령을 선포한 배경 △이번 사태가 한국 정치·경제에 미칠 영향 등도 상세히 전했다. 한국과 경제·사회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베트남의 경우, VN익스프레스와 뚜오이쩨 등 주요 언론사 홈페이지 헤드라인부터 분석기사까지 한국 계엄령 선포 소식이 차지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지, 동포를 걱정하는 글도 이어졌다. 한국에는 베트남인 약 23만 명, 필리핀인 약 6만8,000명, 태국인 약 19만9,000명이 이주노동자나 결혼 이주자, 유학생, 불법 체류 신분 등으로 머물고 있다.
마리아 테레사 디존 데 베가 주한 필리핀대사는 현지 대표 방송 ABS-CBM에 “윤 대통령의 충격적 발표 이후 주한 필리핀대사관으로 한국 거주 중인 일부 필리핀인과 그 가족의 전화가 걸려 왔다”며 “대부분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물었다”고 말했다.
과거 쿠데타를 경험했던 나라에서는 한국 국회와 시민의 발 빠른 대응에 주목하기도 했다. 태국 제1야당 인민당 소속 파릿 와차라신두 하원의원은 자신의 엑스(X)에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취소하기 위해 ‘의회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한국인과 한국 정치인의 반격에 감탄한다”며 “한국이 민주주의 수호에 성공한다면, 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가 향후 쿠데타 예방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과정 자체는 비상식적이었지만, 이에 맞서는 한국인들의 모습에서 의회 민주주의 필요성과 회복 능력을 보여줬다는 의미였다. 태국은 1932년 이후 쿠데타가 19차례나 발생한 나라다. 파릿 의원이 속한 인민당의 전신 '전진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했음에도 군부와 상·하원 기득권 세력에 막혀 정권을 잡지 못했고, 그 이후 강제 해산됐다.
반대로 쿠데타 군부가 장악한 미얀마의 언론들은 아예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아시아 최장기 독재자인 훈 센 전 캄보디아 총리 가문이 정권을 쥐고 있는 캄보디아, 공산당이 언론을 통제하는 라오스도 한국의 계엄령 선포 소식을 짧게 전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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