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상임위서 '직권조사 실시' 제안
과반수 동의 필요, 의결 난항 예상
직원들 "신속·적극 입장 표명해야"
국민 기본권을 위협한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두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안팎에서 신속한 입장 표명과 직권조사 시행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민주적 기본 질서 확립'이라는 인권위 설립 정신에 맞게 공식적으로 사태를 조사·평가해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취지다. 몇몇 상임위원들과 내부 직원들이 긴급안건 상정을 요청하고 있으나, 보수 성향 위원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어 의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계엄선포 적법했나"... '직권조사' 제안
3일 밤 10시 29분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는 언론·출판·집회 결사의 자유 등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이라는 시각이 많다. 당시 포고령엔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계엄사의 언론과 출판 통제 △파업, 태업, 집회행위 금지 등이 담겼다.
남규선 상임위원은 5일 상임위원회에서 대통령실 등 유관기관에 대한 직권조사를 제안했다. 계엄선포가 적법하게 시행됐는지 살피고 향후 유사 사태 반복을 막기 위해 직권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원민경, 소라미 비상임위원도 이달 9일로 예정된 제23차 전원위원회 긴급 안건으로 '비상계엄의 헌정질서 파괴 사실 확인' 상정을 전날 요청했다. 안건이 상정 후 의결되면 곧장 직권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
직권조사는 인권위법에 따라 피해자 진정 없이 착수할 수 있는 조사 형태다. 결과에 따라 구제조치와 정책권고, 고발, 수사의뢰가 가능하다. 인권위에 강제수사권이 없다는 한계는 있지만, 입법·사법·행정 등 3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기구로서 이 사안을 종합 평가할 수 있다는 데 적잖은 의미가 있다. 인권위는 2001년 설립 이래 총 312건의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그러나 최근 보수화 경향으로 내홍을 겪는 인권위 분위기상 의결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의결은 전원위에서 재적위원 과반 찬성을 통해 이뤄지는데, 11명의 인권위원들 중 6명을 차지하는 대통령과 여당 측 추천 인사들이 반대할 수 있어서다. 원민경 위원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의결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면서 "지금도 직권조사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말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상임위에서 한 위원은 "야당의 탄핵 발의안으로 절차가 개시됐는데 어떻게 직권조사를 하자는 주장을 하느냐"고 전원위 상정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침묵 부끄럽다"... 직원들, 입장표명 촉구
인권위가 입장표명에 소극적이라는 내부 직원들의 불만도 많다. 내부 게시판에는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침묵하는 게 부끄럽다' '즉각 입장 발표해야 한다' 등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전국공무원노조 인권위 지부도 전날 성명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는 인권에 대한 무시와 경멸이고 폭정과 억압이다"라면서 "인권 공직자인 우리는 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어떤 시도에도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35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도 "반헌법적 상황으로 국민 인권이 심각하게 제한되는 사태가 발생한 건 국가인권기구가 반드시 적극 대응해야 할 사안"이라며 "늦어도 12월 10일(인권의 날) 이전에 입장을 발표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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