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폐기로 불확실성 최고조
"올 연말 특수는 없을 듯...경제부처가 중심 잡아야"
"중소업체부터 직격탄...지원법 조속한 통과를"
비상계엄 여파가 탄핵으로 번지면서 기업들은 사상 처음 겪는 외부 환경 변화에 맞춰 경영 환경을 재검토하고 중장기 전략을 새로 짜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과 내수 침체, 중국 저가 공세 등 복합 악재를 품고 있는데 대통령 탄핵 이슈까지 겹쳐 경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탄식도 나온다.
주요 기업 임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표결된 주말 동안 회사 안팎의 상황을 꼼꼼히 살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4월 삼성 계열사 임원들이 주말 출근을 시작했고, SK이노베이션 등도 11월부터 매주 토요일 임원들이 회사로 나오고 있다. 8일 한 대기업 임원은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불확성이 커지는 것"이라며 "탄핵 부결 이후 국내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지게 됐다는 평가들이 많아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앞서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그(윤 대통령)는 탄핵당할 것"이라며 "유일한 문제는 그가 모레, 일주일 뒤에, 또는 한 달이나 석 달 후에 축출될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탄핵안인 폐기된 8일에는 "14일 윤석열 대통령을 반드시 탄핵하겠다"고 강조했다.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우리 기업들은 수출 거래선과 연말 비즈니스 일정을 살피는 등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계엄이 여섯 시간 만에 해제되면서 환율이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주식 시장이나 국가 신용도에 충격파가 걱정보다는 적었기 때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재계단체 수장들도 4일 최상목 부총리를 만나 "경제부처가 중심을 잡고 민생 경제를 꼼꼼하게 살펴달라"고 요청한 정도였다.
그러나 이슈의 무게중심이 탄핵으로 옮겨가면서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을 높이고 더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주만 해도 대외 신용도 관리에 신경 썼다"며 "하지만 탄핵 부결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고 이제 하나부터 열까지 뜯어봐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경제는 심리"...4대 기업 한미재계회의 계획대로 참석
재계는 특히 트럼프 재집권 초반의 국정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탄핵 이슈와 계엄 수사로 공무원 사회가 술렁이면 한미 교역의 새판을 짜는 이 시기에 정부의 통상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겠냐는 말이다. 특히 탄핵 이슈로 혼란한 시기에 트럼프 정부가 우리 정부에 통상 관련 '숙제'를 던지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한 민간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멕시코, 중국 등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인상을 대대적으로 경고한 나라들부터 협상을 시작할 줄 알았다"며 "그런데 국정 혼란을 틈타 한국이 첫 상대로 지목될 수 있다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렇지 않아도 기업들이 미국 대선 후 북미 대관 조직을 키우고 있다"며 "정상 외교가 어려운 상황이라 기업이 알아서 문제를 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조만간 연말 인사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내년 사업·투자 계획과 자금 조달 방안 등을 다루는 회의를 잇달아 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국내외 임원들이 모여 사업별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을 발표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SK그룹도 연초부터 추진한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구조조정)과 운영 개선에 속도를 낸다. 현대차그룹은 다음 주 해외 권역본부장회의를 통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내외 사업 환경을 하나하나 뜯어볼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단체와 주요 기업들은 대외 행사를 그대로 이어간다.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한국경제인협회는 10,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제35차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한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은 "경제는 심리"라며 "준비한 행사를 차분히 치르면서 해외 협력사에 탄핵 이슈에도 한국 경영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주는 데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연말 특수가 사라져 중소업체부터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여야가 이견 없는 기업 지원 법안이라도 서둘러 국회에서 통과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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