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황 순수한 헌정질서 수호 아니야"
"당대표 선고 의식하듯 탄핵 밀어붙여"
12·3 불법계엄 여파로 대학가를 중심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규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고려대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실명으로 계엄을 사실상 옹호하고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실명으로 계엄 찬성 대자보 쓴 고려대생'이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하고 있다.
'계엄 나였어도' 대자보 확산
이 게시물엔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대통령 탄핵에 부정적인 내용이 적힌 대자보가 첨부돼 있다. 이 글엔 고려대 특정 학과 두 곳과 두 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대자보는 고려대 학생임을 인증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익명 커뮤니티는 물론 다른 대학의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언급이 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A씨는 '계엄 나였어도'라는 제목의 글에서 "1987년 체제는 대통령이 독재자가 될 경우만을 상정했을 뿐, 의회가 독재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그 제도적 결함은 현재 우리 정치 현실에서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점 등을 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는 "당대표 개인의 안위를 위해 검사들을 탄핵하며 간첩법에 반대하는 행태들이 반국가적이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냐"며 "다수를 차지했으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는 생각이 그들이 줄기차게 떠드는 자유민주주의냐"고 반문했다.
또 "발생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사안(비상계엄)을 두고 야당은 6개월 남은 당대표의 대법 선고를 의식하듯 폭주 기관차처럼 당장 탄핵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러한 행태는 현 상황이 순수한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것이 아님을 더욱 의심하게 만든다"고 탄핵안 표결을 비판했다.
"국회 통제 형식적… 탄핵 찬반 논의할 때 아냐"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고려대의 이름으로 행동을 서두르는 것이 과연 지식인의 올바른 자세냐"라며 "격변의 시기일수록 지성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냉철한 판단과 신중한 접근이다.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당장의 여론과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요구했다.
이 글을 썼다고 주장하는 A씨는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사한 내용의 글을 올리며 "군인들의 무장이 이뤄지지 않았고, 국회 통제는 형식적이었으며, 어떠한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엄 자체의 위헌성만을 문제 삼고 있다"고 계엄을 사실상 옹호하며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탄핵 찬반이 아닌 제도적 개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대자보는 A씨가 학내에 붙이기 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먼저 올렸다가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자보에 적혀 있는 실명이 실제로 해당 글을 쓴 인물이 맞는지, 해당 학과 재학생이 맞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이 글을 썼다고 주장하는 A씨가 쓴 과거 글 등을 토대로 실제 고려대 재학생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의 글은 12·3 불법계엄 사태 후 전국 대학에서 이를 비판하고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나 대자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례적이다. 앞서 고려대에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 날인 4일 탄핵, 퇴진, 하야 등을 요구하는 실명 대자보가 여럿 붙었다. 고려대 보건과학대 소속 한 재학생은 "국정이 마비되고 국민의 한숨이 늘어난 데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이라며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고, 의대 한 재학생은 "국가의 근간을 부정하고 나라를 망조에 접어들게 하고 있는 것은 당신이고, 그러한 세력을 직접 처단하겠다고 했으니 속히 하야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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