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튿날도 집회
국회 향한 외침, '탄핵 심판' 헌재로 이동
"총력 다해 파면은 막아야" 맞불 놓기도
16일부터 양측 매일 광화문 집회 예고
15일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내란수괴 윤석열 헌재는 즉각 파면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앉아있다. 허유정 기자
"국회 앞에서 11일을 보내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헌법재판소에 한 마디 할게요. 국민이 보고 있다,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다음 날인 15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앞 단상에 선 사회자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자, 수천 명의 시민들은 오색찬란 '응원봉'을 흔들며 화답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작된 시민들의 외침은 광화문으로 옮겨와서도 변함없었다. 달라진 건 '탄핵소추권'을 쥔 국회의원이 아닌 '파면권'을 가진 헌법재판관들을 향한다는 점뿐이었다. 손팻말 문구도 하루새 "탄핵하라"에서 "파면하라"로 바뀌었다.
이날 시민단체 '촛불행동'이 주최한 집회에 모인 7,000명(경찰 비공식 추산 1,000명)은 시청앞 4개 차선을 가득 메웠다. 그간 국회 집회에 대부분 출석했다는 임서현(26)씨는 "일단 (탄핵안이) 가결돼서 탄핵까지 한 단계 나아간 것 같다"면서도 "헌재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앞으로도 시청이든 헌재든 쭉 가겠다"고 다짐했다.
15일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앉아있다. 허유정 기자
'1020' 젊은 세대들도 응원봉을 꺼내 들었다. 인천에서 온 임가온(18)양은 소중히 보관하던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응원봉을 쥔 채 이날 처음 친구와 집회에 나왔다. 임양은 "(탄핵안) 찬성표가 204표로 생각보다 적어서 (헌법)재판관들이 뭐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며 "인용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한 명이라도 목소리를 보태야 한단 생각에 왔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관들이 정신 똑바로 차려달라"고 덧붙였다.
주최 측은 시청 앞 본 집회를 마친 뒤 헌재 앞에서도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허가하지 않아 헌재 인근 안국역을 향해 약 2.5㎞ 행진하는 걸로 대신했다. 발걸음을 옮기는 내내 "내란수괴 윤석열, 헌재는 즉각 파면하라!"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안국역 앞에서는 로제의 '아파트', 소녀시대의 '다시만난세계', 세븐틴의 '파이팅해야지' 등 각종 K팝이 울려퍼지며 분위기를 띄웠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튿날인 15일 서울 중구 시청역에서 모인 '촛불행동' 등 집회 인파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을 지나 헌법재판소로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보수 단체는 "탄핵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개최한 주일 예배에는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해 온 시민 1만 명(경찰 비공식 추산 5,000명)이 모였다. 전 목사는 "(탄핵 청구가) 기각될 것인지 인용될 것인지는 광장에서 힘이 나오는 것"이라며 "토요일(21일)엔 한 사람당 10명씩 데리고 오라"고 참가자들에게 당부했다. 이들은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고 "탄핵은 무효"라며 국민의힘을 향한 책임을 묻기도 했다. 일정상 진보와 보수 단체 간 집회 시간이 겹치지 않아 별 다른 충돌은 없었다.
다만 앞으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두고 '맞불 집회'가 매일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이 주축이 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은 16일부터 평일 오후 6시 매일 광화문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전 목사 등이 이끄는 보수단체 역시 같은 날부터 매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앞에서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광화문광장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등 동시다발 집회로 '파면 저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양측은 탄핵소추안 가결 후 첫 토요일인 21일 오후엔 모두 광화문에서 총결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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