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 시도" 강조했던 오동운 공수처장
수사권 손에 쥔 뒤엔 "소중한 시간 내주시길"
공수처, 12·3 불법계엄 수사 검·경에 뒤처져
일단 체포하면 열흘 내 수사 매듭지어야 해 부담
'내란 수괴'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 수사를 일임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의 불출석 직후 "체포영장은 너무 먼 이야기"라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긴급체포'까지 거론했던 공수처가 윤 대통령 수사를 전담하게 되자 '신중모드'로 선회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대통령 수사를 떠안아 현실의 벽에 부딪힌 것 아니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25일 오전 예정된 공수처의 2차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체포영장 단계는 너무 먼 얘기인 것 같다. 아직 검토할 게 많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수사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소환에 불응한 당일, 3차 소환 통보나 체포 등을 거론하긴 이르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수처가 그간 '대통령 구속수사 원칙'을 강조했기에, 내부 기류가 미묘하게 바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여러 차례 구속수사 의지를 피력했다. 이달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오 처장은 '12·3 불법계엄 사건' 수사가 공수처 관할이란 점을 강조하며 "내란죄 수괴와 중요범죄 종사자에 대해선 구속수사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11일에는 "상황이 되면 (대통령에 대한) 긴급체포 또는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를 시도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한 것도 공수처였다.
하지만 공수처는 이첩 요청권을 행사해 검찰과 경찰에서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일임하게 된 뒤부터는, 2차 출석요구서를 보낸 것 외에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오 처장은 24일 국회에서 "대통령께서 소중한 시간을 꼭 내주시기를 거듭 요청드리고 원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바로 체포하기엔 수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뒤늦게 인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구속하면 수사할 수 있는 기간은 열흘 정도다. 이후엔 검찰이 기소를 준비할 수 있도록 사건을 넘겨야 한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열흘 만에 윤 대통령 수사를 깔끔하게 마무리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계엄 수사가 시작된 뒤 공수처가 직접 구속한 피의자는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 유일할 정도로 검찰과 경찰에 비교해 성과가 미미했다. 공조수사본부를 꾸려 경찰에서 업무 협조를 받고 있지만, 검찰이 구속한 주요 피의자의 사건기록은 아직 넘겨받지 못했다. 공수처 출신의 한 변호사는 "주요 공범들을 직접 조사해 사건 전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검사가 주범을 조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뒤늦게 수사에 뛰어든 공수처가 특수통 검찰총장 출신 윤 대통령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수처의 수사 역량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2021년 출범한 뒤 직접 기소해 유죄를 확정받은 사건은 한 건도 없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회에서 '체포'라는 단어를 써가며 수사 의지를 피력하는 것과, 실제 증거 수집을 통해 법원에서 유죄를 받아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 공수처로서는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르면 26일 윤 대통령에 대한 3차 소환 통보와 체포영장 청구 등 향후 수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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