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아침 미사일 70기·드론 100대 동원
화력발전소 타격으로 한겨울 '대규모 정전'
우크라인 "참호엔 휴일이 없다. 무서운 시대"
크리스마스 아침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에 대규모 공습을 퍼부었다. 한겨울 맹추위를 견디는 데 필요한 전기 공급이 끊기는 등 피해 규모도 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비인도적"이라며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에 공격을 가해 전국적으로 폭발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크리스마스를 공격의 기회로 선택했다"며 "이보다 더 비인도적인 일이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성탄절 당일 아침 동이 트기도 전에 러시아가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70기 이상의 미사일과 100대 이상의 타격용 무인기(드론)를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미사일 59기 등을 격추하거나 무력화했다"고 했지만, 미처 막지 못한 미사일이 주거용 건물 등에 떨어지면서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에서 6명이 다치고, 동부 드네프로페트롭스크 지역에선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의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 최대 민간 에너지기업 디텍(DTEK)의 전국 화력발전소 장비를 목표물로 삼은 탓에 피해가 컸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비상 정전에 나섰고, 이로 인해 하르키우 지역 50만 가구가 난방 없이 추운 날씨에 벌벌 떨어야 했다. 게다가 올해에만 13번째 에너지 시설 관련 공격이었는데, 2022년 2월 개전 이래 러시아군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발전 용량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다. 정기적 정전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맹추위 한복판으로 계속 내몰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두 번째 성탄절이었다. 옛 소련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러시아를 따라 매년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해 왔는데, 지난해 유럽과 동일한 '12월 25일'로 그 날짜를 변경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하고 미사일·로켓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명절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젤렌스키 대통령 고향인 크리비리흐에 떨어진 미사일로 한 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 전쟁에는 '휴일' 느낌을 주는 날이 전혀 없다. 참호에는 휴일이 없다. 이런 시대에 사는 건 무섭다"는 우크라이나 크리비리흐시(市) 시민 드미트로 클리멘코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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