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전기버스와 전기택시가 부쩍 늘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몫을 더해 대당 억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서인지, 시내 노선 쪽에서 전기버스가 빠르게 도입되는 중이다. 전기택시도 액화석유가스(LPG) 차량보다 연료비 절감 효과가 커 인기가 높다. 작년 한 해에만 전국에서 신규 등록된 전기버스가 2,821대다. 지난해 말 기준 전기택시 누적 등록 대수도 3만 대를 훌쩍 넘었다. 대중교통에도 전기차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전기버스는 경유나 천연가스(CNG) 버스에 비해 대기오염 저감 효과가 탁월하다. 질소산화물을 뿜지 않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CNG에 비해 대당 연간 40톤이나 적다. 경기도는 2033년까지 모든 시내버스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지자체 입장에선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고 버스회사 입장에선 보조금을 받아 연료비를 줄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그런데 전기버스를 타는 승객의 생각은 좀 다르다. 디젤 차량과 비교해 진동이나 소음은 훨씬 덜하지만, 예전에 없던 불편함이 생겼다.
▦모터를 쓰는 전기차는 구조상 즉각 최대 토크를 낸다. 과거 내연기관 버스는 시끄럽긴 했어도 승객을 가득 태운 상태에서 급가속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전기버스는 밟는 대로 쭉쭉 나가기 때문에, 가감속이 잦은 시내에서 급출발·급정거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특히 입석 승객 입장에선 차량의 급격한 움직임을 버티느라 팔다리가 다 뻐근하다. 게다가 전기택시는 급출발·급정거에 더해, 회생제동장치 작동 때문에 멀미를 호소하는 승객이 적지 않다.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에 ‘전기차 제외’ 기능을 넣어달라는 요구도 있다.
▦진정한 기술 발전은 사회·경제적 비용 감소를 달성하는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 쓰는 사람의 편의와 만족감을 높이는 수준에까지 도달해야 비로소 ‘인간을 위한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중교통에 거액의 나랏돈을 투입하는 사업인데, 국민만 불편함을 느껴선 안 될 일이다. 우선 급격한 가감속을 지양하도록 운행 교육이 절실하고,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더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장할 의무적 장치의 추가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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