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첨단 신기술이 활용되는 경우들이 있다. 석탄재에서 희토류나 특수시멘트 등 고부가가치 광물을 생산해내는 기술도 이에 해당한다.
지난 12월 12일 벨기에에서 열린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포럼에서 한국 지질자원연구원 안지환 박사는 석탄재로부터 희토류를 친환경적으로 회수하는 기술과 사업을 제안하였다. 아직 MSP 정식 사업으로 채택된 것은 아니지만 스웨덴, 영국, 필리핀, 미국 등 포럼 참가국들이 사업화에 관심을 보이는 등 긍정적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12월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제8차 한-베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고 천연자원환경부(MONRE) 쩐 뀌 끼엔 차관과 한 시간가량 면담을 진행하였다.
석탄재 광물화사업에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전환' 문제가 계기가 되었다. 의원실에서는 지난 9월부터 석탄화력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정한 고용 전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직장을 잃게 되는 노동자들을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등 기후에너지 산업으로 고용전환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정부가 같은 기간에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활용하는 CCUS 산업을 육성하려는 목표치가 높고, 관련법이 내년 2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한편, CCUS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과기부에서는 9,000억 원 규모의 'CCU 메가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충청남도에서 이 프로젝트에 신청한 세 개의 프로젝트 중에 하나가 선정되지 못했는데, 석탄재로 고부가가치 광물을 재생산하여 석탄발전소 폐쇄지역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이것을 기획했던 분이 이번 달 MSP 포럼에서 석탄재 희토류 사업을 제안한 안지환 박사(한국에너지학회장)였다.
국회의원이 해결해야 했던 사회적 난제는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풀어야 하는 '공정한 고용전환'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양질의 기후에너지 산업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하고, 기존 직장의 직무와 새 직장의 직무가 서로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가급적 새로운 일자리가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는 해당 지역에 있어야 한다. '탄소 배출 노동자에서 탄소 감축 노동자'로의 전환은 의미가 있지만, 노동자들이 기존에 생활하던 터전을 떠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석탄재 고부가가치 광물화 산업은 이러한 난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판단되었다. 의원실에서는 지난달 16일 지질자원연구원을 방문하여 석탄재 희토류 사업 개요에 대해 설명을 듣고, 관련 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였다. 석탄재에서 희토류뿐만 아니라 지오라이트(흡착재), 차수성시멘트(CSA, 방사능차단기능) 등 고부가가치 자원을 친환경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 기술이 한·미·베 간 ESFP(Embassy Science Fellows Program) 기술연구를 통해 인증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이 개발하고 미국이 인정한 이 기술은 또한 핵심광물 자원안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국가에서는 지난 6월 공급망안정화법을 시행하고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중국 등에 수입의존도가 높은 핵심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자원을 개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정책목표이다.
석탄재 광물화사업이 국가 자원안보와 지역 순환경제 구축, 그리고 석탄화력발전 노동자들의 공정한 고용전환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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