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조류 충돌 당시 새 쫓는 '배트맨' 1명이었다

조류퇴치반 4명이지만 3조 2교대 근무
사고 조종사 "메이데이" 외칠 땐 1명만
내년 증원 대상서도 빠져… "대책 필요"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참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박시몬 기자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꼽히는 가운데, 조류 충돌 추정 시각에 무안국제공항 조류퇴치반 근무자는 1명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일 조류퇴치반 근무자가 적절하게 활동했는지, 배치 인원이 부족했던 건 아닌지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조류퇴치반은 보통 '배트'(BAT·Bird Alert Team)라 불리며 총포류 등을 활용해 공항 내 조류를 내쫓고, 새 떼가 목격되면 관제탑과 직접 교신하는 일을 한다.

3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참사 직전 조류 충돌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각에 조류퇴치반 근무자는 1명이었다. 이날 정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가 "무안공항 조류퇴치반 근무자는 총 4명인데, 사고 당일 2명이 있었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이유를 알기 위해선 사고 직전 상황을 복기해야 한다. 당일 조류 충돌은 오전 8시 57분부터 8시 59분 사이에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전 8시 57분 공항 관제탑에서 조류 활동 주의 경보를 내렸고 2분 뒤 사고기 조종사가 "조류 충돌"을 언급하며 메이데이(구조요청)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4명이 한 팀인 무안공항 조류퇴치반은 주간(오전 9시~오후 6시) 2명, 야간(오후 6시~오전 9시) 1명 등 3조 2교대 근무를 한다. 조류 충돌 추정 시각에 근무자는 1명이었던 셈이다. 공항공사 측도 사고 시각이 아닌 조류 충돌 발생 기준 근무자가 몇 명이냐는 본보 질문에 "1명 근무(교대근무자 제외)"라고 했다. 충돌 추정 시각이 공교롭게 교대 시간 직전이라 인수인계 등으로 새 떼 발견 등 현장 파악이 늦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 관계자는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조류퇴치반 운영 관련 규정이 정교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 국토부 고시 등에 따르면, 각 공항은 운영시간과 활주로 개수, 항공기 운항 횟수에 따라 조류퇴치반 인원이 정해져 있다. 무안공항은 최소 2명을 확보해야 한다. '배치'가 아닌 '확보'가 기준이다 보니 이번처럼 조류 충돌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홀로 근무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무안공항 조류 충돌 적지만 발생률은 최고

그래픽=신동준 기자

무안공항 조류퇴치 인력은 애초부터 비슷한 규모의 다른 공항에 비해 부족했다. 중부권과 대구·경북권 주요 관문으로 통하는 청주공항과 대구공항은 조류퇴치반이 각각 8명으로 무안공항의 두 배다. 공항공사에서 운영하는 14개 공항(인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 제외) 중 활주로 소유권이 사실상 미군에 있는 군산공항을 제외하면 무안공항보다 조류퇴치 인력이 적은 공항은 네 곳(양양·사천·포항경주·원주)뿐이다. 양양을 제외한 나머지는 국제선이 다니지 않는 공항이다.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주변으로 철새 떼가 날고 있다. 뉴시스

무안공항은 내년 상반기 조류퇴치반 증원 계획에서도 제외됐다. 조류 충돌이 2019년 91건에서 지난해 130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자 공항공사는 인원을 43명 더 늘려 내년 상반기까지 7개 공항에 투입하겠단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무안공항은 빠졌다. 공항공사는 조류 충돌 발생 건수가 적었다는 이유를 댄다.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무안공항 조류 충돌 발생은 10건으로 다른 공항 대비 적지만, 같은 기간 운항 횟수(1만1,004편) 대비 조류 충돌 발생률은 0.09%에 달한다. 항공기 1만 편 중 9대가 새와 부딪혔다는 의미로 공항공사 관할 전국 14개 공항 가운데 가장 높다.

이번 참사에서 드러났듯 조류 충돌은 한 번 발생하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대부분 공항이 철새 도래지 인근에 자리잡아 언제든지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예방 인력 확보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 관련 연구를 수행했던 한 국책연구원은 "이번 사고에서 특히 아쉬운 건 퇴치 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라며 "조류 탐지 레이더 등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