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캐롤 스튜어트 살인사건
미국 플로리다 '로즈우드 학살'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1989년 북부 보스턴에서 거의 같은 양상의 사건이 재연됐다.
부유한 모피상 찰스 스튜어트(Charles Stuart, 1959~1990)가 그해 10월 아내 캐롤과 함께 승용차로 보스턴 빈민가를 지나던 중 한 흑인 괴한에게 강도를 당했다고 신고한 거였다. 임신 중이던 캐롤은 총상을 입고 아이와 함께 숨졌고 찰스는 10시간여 수술 끝에 살아남았다.
보스턴 주요 일간지들이 도시 치안 불안과 범죄율 증가세를 경쟁적으로, 부풀려 보도하던 무렵이었다. 궁지에 몰린 경찰은 흑인 밀집지역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전과자들이 용의선상에 올랐고, 빈민 흑인들에 대한 불시 검문검색이 단행됐다. 그러던 와중에 한 흑인 소년이 자기 삼촌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친구들에게 허풍을 쳤다. 전과자였던 그 ‘삼촌(Willie Bennett)’은 영문도 모른 채 체포됐고, 범인식별절차를 통해 찰스가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곧장 기소됐다.
일단락된 듯하던 사건은 이듬해 1월 3일 찰스의 동생 매튜의 자백으로 뒤집혔다. 매튜는 형 찰스가 진범이며 자신은 보험금을 노린 자작극으로 알고 범행 현장에서 권총과 부부의 지갑, 장신구 등이 든 가방을 형에게서 전달받아 감춰줬다고, 처벌을 면하는 조건으로 진술했다. 동생의 변심 사실을 안 찰스는 다음 날 차량으로 도주하다 강(Mystic river)으로 추락해 숨졌다.
여론에 쫓겨 찰스 등 주변인에 대해선 조사조차 하지 않았던 경찰은 뒤늦게 수사를 벌여 평소 찰스가 낙태를 종용하며 아내와 불화한 사실, 직장 동료에게 집착한 나머지 아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지인들에게 떠벌리고 다닌 사실 등을 확인했다. 경찰은 자신들의 무능과 직무유기에 대한 변명처럼, 흑인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자 찰스가 그 기회를 악용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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