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가 지난 28일 93개국에서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전편 ‘오징어 게임’(2021)이 전 세계에서 18만 년에 해당하는 총시청시간을 기록했으니 놀랄 만한 흥행 수치는 아니다. 기대가 커서일까, 완성도가 전편에 비해 떨어져서일까. 시청자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미국 영상 콘텐츠 평가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시청자 지수는 65%(31일 기준)에 불과하다. 해외 언론에서 호평과 혹평이 엇갈린다.
□ ‘오징어 게임2’는 전편보다 한국적 색채가 더 강하다. 등장인물이 “묵은지 김치찌개”에 “삼겹살을 함께 구워 먹자”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6·25 때도 살아남았는데”라는 대사 역시 해외 시청자들이 낯설어할 만하다. 가수 신해철(1968~2014)의 ‘그대에게’ 선율이 스크린에 흐르기도 한다. 한국 역사와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즐길 수 있는 설정이나 대다수 외국인에게는 불친절하게 비칠 수 있다. 특히 한국 정치 상황을 비유한 대목은 해석 불가일 듯하다.
□ ‘오징어 게임2’ 속 ‘죽음의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전편과 달리 게임 지속 여부를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다.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죽어나가는 가운데에도 참가자들이 자기 미래를 택할 수 있는, 합리적 규칙이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투표 결과는 1표 차이만 나더라도 과반수 의견만 반영한다. 투표에서 지면 모든 의견은 부정당한다. 선거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이겨도 제왕적 대통령 자리에 오르거나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승자독식 한국 정치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 드라마에서 투표가 계속될수록 ‘중도층’은 줄어들고 ‘진영 대결’은 격해진다. 상대를 죽여야만 투표에서 이길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한다. 투표는 공정하고 ‘투명’(공개 투표다)한 과정 속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게임 참가자들이 간파하지 못하는 기만이 시스템에 담겨 있다. 참가자들은 목숨 건 게임을 그만두기 위해 ‘봉기’에 나선다. 결말은 내년 공개될 ‘오징어 게임3’에서 알 수 있다. 한국 정치에 대한 메시지는 어떤 식으로 끝맺을까. ‘오징어 게임2’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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