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준 맞는지 여부 답변 유보
다른 공항 유사 구조물 우려 커져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 바깥에 세워진 콘크리트 둔덕 위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해당 시설이 국내외 기준에 맞는지, 어떤 의사결정을 거쳐 콘크리트 구조물이 설치됐는지에 대한 정부 설명도 오락가락이다. 전국 여러 공항에도 유사 시설이 설치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안전 사고 우려도 제기된다.
①왜 둔덕 쌓아올렸나
우선 로컬라이저를 꼭 둔덕 위에 올렸어야 했는지에 대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콘크리트를 사용한 둔덕 구조는 20여 년 전 무안공항 설계 당시부터 적용됐다. 2m 높이 흙더미 사이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지지하고 있는 형태로, 지난해에는 안전성 강화를 이유로 둔덕 위에 30㎝ 두께의 상판까지 올렸다. 그간 정부는 "활주로가 끝나는 지반의 경사도를 고려해 둔덕을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국내외에선 둔덕 위 로컬라이저 형태가 흔치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48년 경력의 파일럿 크리스 킹스우드는 최근 BBC에 "항공기는 비행 효율성을 위해 가볍게 제작되기 때문에 활주로와 일정 거리에 있는 구조물은 모두 부서지기 쉬워야 한다"며 "왜 딱딱한 소재로 만들었는지 확실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항공안전 전문가는 "경사를 맞추기 위해서라면 활주로 끝부터 이어지는 지반을 단단히 다졌어야 하는데 편리한 방식을 택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②규정에 맞는가
가장 의문이 커지는 부분은 콘크리트 둔덕이 규정에 맞는지 여부다. 국토부는 당초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 바깥에 있으며, 해당 구역 안에 설치되는 장비와 장애물에 대해서만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는 규정이 적용된다"는 해석을 내놨다. 종단안전구역은 항공기의 오버런(이착륙 시 활주로를 벗어나는 상황)을 대비해 만든 지대로, 활주로 끝의 착륙대로부터 최소 90m 확보(240m가 권고 사항)돼야 한다. 무안공항은 이 구역이 활주로 끝부터 199m이고, 둔덕은 이보다 65m가량 더 떨어져 있어 규정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외 지침들은 국토부의 설명과 다른 기준이 적시돼 있다. 정작 2022년 국토부 고시 '공항·비행장 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 기준' 제21조 4항만 봐도 '정밀접근활주로의 경우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지점까지 공항 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안공항은 항공기가 안전 착륙하도록 여러 유도 장비를 갖춘 정밀접근활주로다. 사고 당시 연장 공사로 비정밀접근활주로로 일시 전환됐으나, 둔덕 설치 전후 상태를 고려하면 지침 위반일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 예규인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 제23조 3항도 '공항 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도 마찬가지다. 비행장 표준과 권고사항을 담은 ICAO 부속서 14에는 '정밀접근 활주로에서 로컬라이저는 통상 첫 번째 장애물이 되고,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이 시설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 종단안전구역 관련 '항공기를 위험케 할 수 있는 이 구역 내 물체는 장애물로 간주하고 가능한 한 제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토부는 무안공항 사례가 이 기준들을 어긴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국내외 기준을 다시 종합 검토해 추후 설명하겠다"며 입장을 유보한 상태다.
③다른 공항은 어떤가?
국토부에 따르면 광주공항과 여수공항에도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다. 여수공항에는 남쪽 활주로 끝단을 넘어서 4m 높이의 둔덕 로컬라이저가, 광주공항에는 높이 70㎝ 안팎의 둔덕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포항경주공항, 청주공항의 로컬라이저는 흙 둔덕 위에 금속 안테나를 설치한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적이 잇따르자 국토부는 전국 공항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 단계에서는 특정 부분이 사고 원인일 것이라고 집중되는 것은 유의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며 "전국 공항에 설치돼 있는 항행 안전 시설에 대한 재질 조사 등을 통해 현재 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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