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2 '성기훈' 이정재 인터뷰]
"시즌2 세트장 처음 들어설 때 만감 교차"
기훈 이미지 고정 우려엔 "연연하지 않아"
"시나리오 쓰며 미국 합작 프로젝트 준비"
배우 이정재(52)는 재작년 ‘오징어 게임’ 시즌2 세트장에 처음 들어서던 날을 잊지 못한다. 시즌1 촬영 후 3년 만에 다시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세트장 문을 열려다 멈춰 섰다. 피로 얼룩졌던 시즌1의 세트장 바닥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정재는 “다시 1년의 촬영 기간 동안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만감이 교차해 금방 문을 못 열겠더라”며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시즌1의 영광과 중압감을 동시에 안고 시즌2에서 다시 성기훈을 연기한 이정재를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답답한 기훈이 시즌3에선 달라져"
시즌2의 성기훈은 시즌1과 완전히 다르다. 시즌1에서 노름에 빠져 사채업자에게 쫓기던 지질한 중년 기훈은 시즌2에서는 목숨을 담보로 한 살인 게임을 멈추려 분투하는 리더로 변했다. 갑작스런 캐릭터 변화에 감정이입이 어려웠다는 평가도 있다. 이정재는 “기훈이 좋은 리더가 못 됐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답답함을 느낀 것 같다”며 “시즌3에서는 바닥까지 간 기훈이 다시 한 발 내디디면서 또 다른 기훈으로 변하니까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3는 올해 공개된다.
이정재는 국내외 기자들로부터 “기훈 외에 가장 연기하고 싶은 ‘오징어 게임’ 캐릭터”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지만 대답은 늘 “기훈”이다. 그는 “기훈은 소시민이고 큰 능력이 없는데도 용기를 내 정의를 좇는다”며 “그런 노력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배우가 된 그는 기훈으로 이미지가 고정되는 데 대한 걱정은 없을까. “‘모래시계’(1995) 백재희 캐릭터에서 벗어나려고 일부러 코미디도 하고 발버둥을 쳤어요.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은 (이미지 고정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려고 해요.”
"시나리오 3, 4개 집필 중" 감독 도전도 계속
이정재는 기훈이 된 후 가치관도 조금 달라졌다. 그는 2030부산세계박람회와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홍보대사를 맡았다. 그는 “사실 이전에는 제 일이 바빠서 (홍보 요청을) 많이 도망 다녔지만 이제는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인기가 천년만년 갈 것도 아니고 저를 통해서 알려야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도움을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화 ‘헌트’(2022)로 감독에 데뷔한 그의 도전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금 시나리오 3, 4개를 동시에 쓰고 있다”며 “이 중 하나는 미국과 합작 프로젝트”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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