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성장률·가계빚…윤 정부 내내 ‘최악’
경제 실패 책임 민주주의 파괴만큼 심각
거취 정리해 ‘장기불황’ 일본 전철 피해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기록적인 가계 부채를 줄이며, 평균 소득을 늘리거나 기업 환경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지난 31개월은 한국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었다."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954일에 대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평가다. 앞서 포브스는 계엄을 ‘국내총생산(GDP) 킬러’로 표현하며 “이기적인 계엄 선포의 대가를 5,100만 한국 국민이 할부로 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미 계엄 이전부터 윤 대통령의 무능이 한국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었다고 본 것이다.
포브스의 ‘뼈 때리는’ 지적이 아니더라도 윤 대통령 집권 시기만큼 ‘먹고사는 문제’가 국민들의 걱정거리였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2021년 359만9,000원으로 정점을 찍은 근로자 월평균 실질임금은 윤 정부 출범 이후 계속 감소(2022년 359만2,000원, 2023년 355만4,000원, 2024년 상반기 354만3,000원)했다.
실질임금이 줄어든 것은 사상 처음이었는데, 고물가 영향 탓이다. 윤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22년 물가상승률은 5.1%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았다. 2023년 3.6%, 2024년 2.3%로 물가상승률이 하락했지만, 기준이 되는 전년 수치가 워낙 높아 상대적으로 당해 수치가 낮아지는 기저효과 덕이 컸다. 이마저도 물가상승률이 최저 0.4%에서 최고 1.9%에 불과했던 2013~2020년과 비교하면 엄청난 고물가 시대였다. 그런데도 지난해 “물가 상승세 안정화로 대외 충격을 최소화했다”고 자찬했던 게 윤 정부다.
물가는 오르고 실질 소득은 줄어드니 쉽게 돈을 쓰지 못한다.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 지수도 공교롭게 윤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2분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10분기 연속 마이너스인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간 감소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의 판매금액을 조사해 작성한다. 이 지수가 윤 정부 내내 감소했으니 그동안 국민들의 소비가 얼마나 얼어붙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내수 침체의 직격탄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향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폐업 신고를 한 개인·법인 사업자는 98만6,487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지난해 1~8월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19.7%로,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웬만해선 자영업으로 먹고살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의 1호 공약 ‘소상공인·자영업자 살리기’가 무색한 결과다.
1,48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경제성장률 1%대 고착화, 1,913조 원을 돌파한 가계 빚…. 윤 정부의 수많은 경제지표들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나쁘거나 이전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최악의 숫자들이다.
탄핵소추로 불확실성이 다소 걷혔다고 하지만, 포브스는 여전히 “향후 6개월 동안 한국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은 거의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이 일본형 장기 불황에 접어들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불법 계엄으로 파괴된 민주주의는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으로 차근차근 회복을 시도할 수 있겠지만, 붕괴된 경제는 트럼프의 복귀로 예고된 ‘글로벌 쇼크’에 적응할 절대적인 시간조차 부족하다.
그런데 한국 경제에 폭탄을 터뜨린 윤 대통령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용산 관저에서 버티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 경제의 ‘잃어버린 31개월’이 향후 ‘잃어버린 30년’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와 경제를 모두 파괴한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일만큼은 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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