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수사권 논란에도 이첩요청권 강행
체포·영장 청구 공개해 尹 준비시간 줘
"공수처, 이제라도 사건 재이첩 고려를"
'내란 수괴'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 수사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뒤 "집행 업무를 경찰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첩요청권 행사로 윤 대통령 수사를 '독점'하는 상황에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역부족"이라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수사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는 걸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 대통령을 겨냥한 불법계엄 수사는 공수처로 일원화돼 있다. 공수처가 공수처법상 강행규정인 이첩요구권을 발동해, 검찰과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았기 때문이다. 검경은 방대한 수사기록을 공수처에 넘겼지만, 공수처는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3일 진행된 체포영장 집행은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무산됐고, 영장 유효기한 마지막 날인 이날까지 추가 집행에 나서지도 않았다.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수사할 권한이나 능력이 있는지 애초부터 의심의 목소리가 많았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대통령 긴급체포'를 언급했다. 수사의 기본인 '기밀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발언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후 긴급체포 우려가 있는 공수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청구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지했다. 결국 지난 3일 영장 집행 당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는 경호처 직원들은 물론이고 버스까지 동원돼 철통 방어막이 구축됐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역시 안일했다는 평가가 많다. 진즉에 물리적 충돌이 예상됐는데도, 공수처 관계자는 "법원이 인정한 영장 집행을 경호처가 이런 방식으로 막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차 집행 이후 관저 주변에는 철조망 등 온갖 장애물이 추가로 설치돼 집행은 더욱 만만치 않게 됐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수사를 전혀 모르는 아마추어같이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쏘아 올린 여러 적법성 논란은 그대로 윤 대통령 측의 방어 논리로 활용되고 있다. 공수처는 "직권남용 범죄의 관련 범죄로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이 향후 재판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며 줄기차게 불법 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에 아닌 서울서부지법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도 윤 대통령 측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하는 수사는 절차적으로 한 치의 논란도 없어야 하는데, 오히려 논란에 불을 붙이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법조인들 사이에선 공수처가 경찰 등에 사건을 이첩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사에 보탬이 되기는커녕, 공수처 권한만을 강조하는 '기관 이기주의'가 자칫 수사를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무연수원 교수 출신 이태일 변호사는 "내란죄 수사권한이 불분명한 공수처가 이첩요청권을 행사하면서 다른 수사기관이 2주 이상 수사를 못 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수사에 불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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