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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서 필요한 '헤어질 결심'

입력
2025.01.07 19:00
수정
2025.01.08 14:16
26면
0 0

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이사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대통령 관저 앞에 모여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대통령 관저 앞에 모여 있다. 연합뉴스

광화문 역에서 내려서 탄핵 촉구 집회에 가는 동안 부정선거 의혹이 흘러나오는 전광판과 확성기를 지나쳤다. 현장의 마이크 음성도, 커다란 전광판의 화면에 맞추어 부정선거 음모론을 펼치는 인공지능 목소리도 너무 컸다. 그래서 그 옆을 지날 땐 탄핵 찬성 집회는 세상에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계엄을 하고도 한 달이나 지났지만 불법 계엄을 시도한 대통령을 법정 출석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데, 부정선거 의혹과도 결별하지 못하고 있다니 슬프고 참담해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에서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지’ 물었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이 질문을 받을 자격이 과연 있나 싶다. 우리 사회는 정말 아닌 것과 제대로 결별한 적이 없고 지금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44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윤 대통령을 지키려는 극우 유튜버들이 보는 앞에 섰다. 콘크리트 지지율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법과 독재를 정당화하고 민주주의와 정의를 흔드는 음모론의 불씨가 혼란한 정국을 틈타서 광장으로 나오는 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 아니지만, 여당 의원들이 동조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계엄을 보면서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하던데 이런 말은 윤 대통령만 들어야 할 비판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대통령 후보의 자질과 기준을 무엇으로 삼을 건지, 어떻게 막강한 대통령 권한을 견제하고 반사 이익 정치를 청산할 건지 논의해야 할 시기에 부정선거라는 음모론과도 헤어질 결심을 못 하고 있는 게 내가 살고 있는 나라의 여당이다. 새로운 미래에 대한 청사진도 희망에 대한 논의도 '정말 아닌 것'과 결별하지 않고는 시작할 수 없다. 최소한의 상식선은 존중하며 무너져 가는 국가 신용의 회복과 새로운 세대의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엄동설한에 눈발을 맞으며 거리를 지키는 다수의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정치인의 책임이다.

이 상황을 그대로 두면 우리 사회는 무엇이 옳고 그른 건지에 대한 논의들이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할지 모른다. 계엄이나 내란이 수많은 시민의 희생을 겪으며 만들어진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는 위법 행위가 아니라 갈등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수단 중의 하나로 치부되어선 안 된다. 대통령이 극우주의 유튜브를 정론으로 삼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정치가 스스로 도덕과 상식을 포기할 때 생기는 혼란과 분열은 고스란히 시민이 감당할 몫으로 돌아온다.

떨어지는 지지율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건 조회수나 슈퍼챗으로 생존력을 유지하는 유튜버의 문법이지 정치인의 직업 윤리는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관저 앞에 나간 국민의힘 44명 의원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아무리 욕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 찍어 주더라"는 말을 다시 듣지 않기 위해 아닌 건 아닌 것과 결별해야 할 때다.


곽민해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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