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규정대로 했다" 거듭 강조
"활주로 밖 안전지대 충분히 확보"
"둔덕 재질은 국내외 규정 없어"
전문가 "규정 따질 때 아니라 보완해야"
"조류 충돌 확인…엔진서 깃털 발견"
제주항공 사고기가 충돌한 무안국제공항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위치와 형상이 국내외 안전 규정에 부합한다고 정부가 재차 강조했다. 로컬라이저 하부에 콘크리트 상판을 추가한 설계사도 규정 위반은 없다는 입장이다. 로컬라이저가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국내외 지적에도 관계 기관은 “규정대로 했다”는 해명을 반복하고 있다.
로컬라이저 제원 첫 공개
7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문제의 로컬라이저 제원을 처음 공개했다. 로컬라이저는 무안공항이 개항한 2007년, 활주로 남단에서 264m 떨어진 지점에 준공됐다. 흙과 콘크리트 기초(기둥) 19개로 2m 높이 둔덕을 만들고 그 위에 로컬라이저를 설치한 형태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에게 활주로 위치를 알리는 장치로 무안공항은 남쪽 지대가 낮아 둔덕으로 수평을 맞춘 것이다.
전문가들은 둔덕이 부적절한 위치에 건설됐다고 지적한다. 명문화된 규정도 어겼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고시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 제21조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은 종단안전구역(활주로 뒤 완충지대)을 로컬라이저가 포함되는 위치까지 연장하도록 규정했는데 무안공항 종단안전구역은 199m에 불과하다. 다른 국토부 고시 ‘공항안전운영기준’ 제109조도 종단안전구역과 별개로 활주로 뒤 착륙대로부터 240m 안쪽에 설치하는 시설은 ‘부러지기 쉬워야 하고 가능한 한 낮게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둔덕 재질과 형상도 문제다. 활주로 주변에 단단한 장애물을 설치하면 위험하다는 것이 항공업계 상식이지만 둔덕은 지난해 더 견고해졌다. 한국공항공사가 로컬라이저 개량 사업을 벌이며 지난해 둔덕에 콘크리트 상판을 추가한 것이다. 상판 두께는 0.3m, 폭은 42m, 너비는 3.4m다. 흑 위로 드러난 콘크리트 기초 상부와 콘크리트 상판 사이에는 흙을 채웠다.
콘크리트 둔덕 논란에 "규정 준수" 입장 고수
그러나 중수본은 이날 둔덕 규정 위반 주장을 쟁점별로 반박했다. 먼저 국토부 고시를 종합하면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 종단에서 최소 90m, 가능하면 240m를 확장하는 것'이므로 무안공항 종단안전구역 길이는 규정에 맞다는 것이다. ICAO와 사실상 동일한 내용인 미국 연방항공청(FAA) 규정이 로컬라이저가 종단안전구역 ‘너머(beyond)’ 있어야 한다고 표현한 점도 덧붙였다. 종단안전구역 ‘안’에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고 로컬라이저 ‘전’까지 종단안전구역을 확보하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수본은 둔덕 구조도 규정에 맞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규정을 검토한 결과, 종단안전구역 바깥 시설은 별도 규제가 없다는 것이다. 개량 공사 설계사 관계자도 둔덕 위치 변경을 검토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안타깝지만 설계사는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그 지역에 있는 형상을 변경한 것도 아니고 그대로 놓고 그것(콘크리트 상판)만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수본은 ‘규정 위배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한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검토됐어야 했다는 점은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쪽 엔진서 깃털 확인"... 조류 충돌 공식 확인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로컬라이저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규정 위반 여부만 가리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로컬라이저가 활주로에서 300m가 아니라 500m에 있더라도 파손성(파손되기 쉬운 성질)을 유지해야 한다”며 “얼마나 쓰려고 콘크리트에 박아놓느냐”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는 “지금이라도 다른 공항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빨리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토부는 아직도 미적거리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로컬라이저 규정 준수 여부를 떠나 안전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신속히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과 공법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정도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사조위는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현지시간 7일부터 비행기록장치(FDR) 자료 추출을 시작할 예정이다.
정부는 사고 당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발생한 점도 공식 확인했다. 사조위 관계자는 “한쪽 엔진에서 깃털이 발견됐다”면서도 “양쪽 엔진이 모두 꺼졌는지 여부는 앞으로 더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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