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친푸틴, ‘우크라이나 침공’ 정당화 활용
멕시코 대통령 “‘멕시코 아메리카’ 어떠냐”
트럼프, ‘북미 전역 美영토’ 표시 지도 게시
미국선 “확장이 아메리칸 드림이냐” 공방
덴마크령 그린란드 합병 구상으로 드러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팽창주의’를 둘러싼 비판과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환영하는 나라도 있다. 러시아다. 영토 확장 욕망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자국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사실을 트럼프가 입증했다는 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옹호 세력의 주장이다.
트럼프의 푸틴식 세계관
미국 경제매체 CNBC방송은 8일(현지시간) “그린란드를 차지해 미 영토를 넓히고 싶다는 야망을 트럼프가 집권 1기 때에 이어 7일 기자회견에서 거듭 언급하자 러시아의 유명 친(親)푸틴 논객들이 환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TV 앵커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전날 자신의 토크쇼에서 “트럼프의 입장이 러시아에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발트 3국을 포함한 옛 소련 제국의 부활을 요구할 권리를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패널로 출연한 다른 전문가들도 트럼프의 야망이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결정을 승인한 꼴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산운용사 블루베이에셋매니지먼트의 신흥시장 전략가 티모시 애시는 CNBC에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불법이라고 비난한 게 서방인데, ‘강대국에는 지배 권역이 있다’는 푸틴식 세계관을 트럼프가 드러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명분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서방을 위선자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러시아가 반길 만한 것은 트럼프와 푸틴의 이 같은 유사성만이 아니다. 전날 회견에서 트럼프의 ‘러시아 두둔’ 발언까지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방의 동진을 뜻하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부추겨 러시아를 자극했다는 말이었다. 트럼프는 “문간에 누군가(적)를 들였을 때 그들(러시아)이 느낄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수혜자가 될 수 있다. 트럼프 1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출신이지만 지금은 ‘반(反)트럼프’로 돌아선 존 볼턴은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이 ‘그린란드가 미국과 가깝다는 것을 안다. 대만은 중국에 가깝다.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대한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았으니, 우리도 대만을 상대로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현될 수 없는 꿈”
졸지에 주권 침해 위협을 당한 미국의 이웃 국가는 발끈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미를 ‘멕시코 아메리카’로 바꾸는 것은 어떠냐”고 반문했다. 멕시코만의 이름을 ‘아메리카만’(미국만)으로 바꾸자는 전날 트럼프의 제안에 ‘미국 국호 개칭’ 제의로 응수한 것이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캐나다와 멕시코 등 북미 전역,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표현한 지도 3장을 잇따라 게시하기도 했다. 이 중 하나는 트럼프의 주장을 ‘먼로 독트린’에 빗대 ‘돈로(Donroe·도널드 트럼프와 제임스 먼로의 합성어) 독트린’으로 표현한 보수 일간지 뉴욕포스트 1면 사진이다.
정권을 넘기게 되는 바이든 행정부는 당혹스러운 기색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고별 방문한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실현될 수 없는 아이디어에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직접 논평 대신 ‘동맹 관계 중요성’ 강조로 트럼프의 그린란드 강제 편입 추진을 우회 비판했다.
미국 내에선 ‘아메리칸 드림’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공화당 하원 외교위원회는 이날 엑스(X)를 통해 “우리는 서부를 길들였고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승리했으며 처음으로 달에 깃발을 꽂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위한 가장 큰 꿈을 갖고 있다. 큰 꿈을 두려워하는 것은 비(非)미국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오랫동안 미국 중산층이 위축되고 생활비는 오르고 있는 게 문제”라며 “과제는 그린란드 매입 등이 아니라 이 나라 모든 사람의 아메리칸 드림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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