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구조로 사실상 '두 개의 정부' 탄생
12.3 불법 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를 계기로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국회 역시 독주를 막기 위한 다당제 정치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정치·법조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니어(NEAR)재단이 주최한 '87년 헌정 체제의 창조적 혁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개헌 방안이 논의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제 못지않게 국회를 바꾸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으로 나선 이각범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은 "헌법 개정의 권력 구조 측면에서 지향할 방향 중 하나는 대통령 책임제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이고 다른 하나는 의회독재의 종식"이라고 운을 뗐다. 국민들은 제왕적 대통령제 못지않게 국회가 더 많은 권한을 갖는 것도 경계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 발표자로 나선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의회정치의 혁신적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이번 국회 전까지는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야당은 대통령과 행정부의 국정 주도를 인정했고 국회는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다만 이번 국회에서는 그런 관행이 깨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이 대안 정책을 입법하는가 하면 탄핵으로 인사에 개입했다고 짚었다. 이어 야당이 예산안의 대폭 삭감과 같이 정책 집행에도 직접 개입하면서 사실상 '두 개의 정부'가 탄생했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보면 대통령제의 한계뿐만 아니라 국회의 독주 역시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런 양당제 정치에서는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고 다수 야당은 탄핵을 남발하며 힘자랑을 하고 싶은 유혹, 대통령은 군을 동원하려는 충동에 빠지기 쉽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며 "비례대표를 늘려서 새로운 제3세력이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다당제가 되면) 단독 과반이 안 돼 손을 내밀고 논의할 수 있고 양보와 타협이 가능해진다"고 예상했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윤근 전 의원은 발표가 끝난 후 이어진 토론에서 "여당은 대통령 앞잡이, 야당은 투쟁하느라 바쁘다"며 "(이런 환경에서) 여야 협치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 역시 선거구제 개혁을 통한 다당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전 의원은 이어 "그동안 다수결에 의한 표결은 날치기라고 공격당했고 소수파는 승복을 하지 않았다"며 "갈등이 많은 국가에서는 (다수결 민주주의가 아닌) 협치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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