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전시로 봄 알린 갤러리들
개인전부터 11인 단체전까지
캔버스마다 원색 꽃나무 만발

박종필의 ‘fresh-m’. 박여숙갤러리 제공
이상 기온으로 올해 개화 시기가 늦어졌지만 도심 갤러리에는 봄꽃이 만개했다. 미술 애호가들은 작가들이 캔버스에 펼쳐 놓은 꽃들로 봄을 색다르게 만끽하고 있다. 봄을 맞아 대표적인 꽃 전시를 소개한다.
시드는 생화와 생생한 조화

박종필의 ‘fresh-m’. 박여숙갤러리 제공
꽃 그림에 천착해온 박종필 작가가 6년 만에 봄꽃을 들고 왔다. 서울 용산구 박여숙화랑에서 열리는 개인전 '비트윈 더 프레시 엠(Between, the fresh-m)'에서 실제보다 더 세밀한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홍익대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극사실주의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10여 년 전부터 꽃을 아주 가까이에서 본 것처럼 크게 확대해 그려왔다. 사진처럼 사실적이지만 크게 키워 낯설고 이질적이다. 박종필은 생화와 조화를 섞어 그린다. "꽃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새롭게 보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그의 말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시드는 생화와 살아 있는 듯 죽은 조화의 배치가 아이러니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박종필은 이번 전시를 위해 매일 16시간씩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기존 작품보다 색조와 기교가 더욱 화려해졌다. 전시는 13일까지.
11인 작가가 그린 11색 봄빛

김성국의 'The Trees 49'. 이화익 갤러리 제공
다양한 작가의 풍성한 봄꽃을 볼 수 있는 전시도 열린다.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는 꽃을 주제로 한 김성국·김정선·김제민·신수진·이광호·이만나·이정은·이창남· 한수정·허보리의 작품 20여 점을 선보이는 '화론'전이 한창이다.
작가들은 꽃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마다의 시선으로 각양각색의 세계관을 표현한다. 꽃과 나무의 이미지를 캔버스 위에 패턴화해 보여주는 김성국의 작품 'The Trees 49'는 개인, 개인 및 사회, 그리고 사회와 사회의 관계를 숙고하게 한다. 김정선의 캔버스에는 짧게 피었다가 지는 꽃의 찰나의 아름다움이 담겼다. 붓과 만년필, 대나무 펜으로 그린 김제민의 드로잉에서는 생동하는 봄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전시는 25일까지.

김제민의 'Natural Selection'. 이화익갤러리 제공
겁쟁이가 꿈꾸는 봄의 풍경

이미애의 '늘 선물같아-꿈꾸는 겁쟁이'. 라온제갤러리 제공
조각칼로 그린 꽃도 있다. 서울 삼청동 라온제갤러리는 회화와 도예를 접목한 꽃 그림을 선보이는 이미애를 개관 작가로 선정했다. 이미애는 '다시 온 봄'이라는 전시 주제 아래 모인 모든 작품 이름은 '꿈꾸는 겁쟁이'.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이미애는 붓이 아니라 조각칼로 그림을 그린다. 물감과 흙 등을 여러 겹 겹쳐 캔버스 위에 쌓고, 불필요한 부분들을 조각칼로 수십 차례 깎고 파낸다. 다층구조의 색채공간 위에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원하는 형상을 얻는 도예의 박지기법(剝地技法)과 상감기법(象嵌技法)을 적용했다고 한다. 그렇게 생긴 여백을 균질한 질감의, 동일한 이미지의 반복과 나열이라는 방식을 통해 채운다.
"생명이 이어질 수 있는 한 꿈을 꿀 수 있다"는 신념으로 작업한다는 이미애는 작가 노트에 이렇게 썼다. "다시 온 봄이 웃는다. 기분 좋게 안아줬다. 멀리 가지 못하도록 꽉 안아줬다." 전시는 다음 달 7일까지.

이미애 작가의 ‘다시온봄1-꿈꾸는 겁쟁이’. 라온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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