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자립률 215.6%...전기 충분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해
포스텍·한동대, 연 1,000명 배출
기술 개발 이·공계 인재도 풍부
최첨단 장비 많아 데이터 방대
경북 포항시가 국가 인공지능(AI)컴퓨팅센터 유치에 나섰다. AI컴퓨팅센터는 AI 개발에 동반되는 연산방식(알고리즘)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2조원을 투자해 설립하는 기반시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국내 산업 전반에 활용될 수 있는 AI 서비스와 인터넷 기반의 방대한 자료 공유와 처리, 온라인 데이터 시스템을 지원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비수도권 지역에 AI컴퓨팅센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포항시는 AI컴퓨팅센터에 필요한 포항공대(포스텍) 한동대 등 고급인력과 전력, 데이터 등 관련 인프라를 다 갖춘 전국 최적지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권혁원 포항시 일자리경제국장은 “포항은 일본 열도를 지나 태평양으로 연결되는 해저 광케이블이 하반기 착공할 예정으로, 세계적인 AI 데이터 허브로 도약할 수 입지도 갖추게 됐다”며 “3·4세대 방사광 가속기와 극저온 현미경 등 최첨단 연구 장비로 AI가 활용할 방대한 양의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등 그야말로 AI컴퓨팅센터의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국가 인공지능(AI)컴퓨팅센터 조감도. 포항시 제공
전력 자립률 1위...안정적 전력 확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소모한다. 구글로 검색할 때 평균 0.3Wh(와트시)의 전력이 쓰인다면, 챗GPT 검색은 이보다 10배 가량 많은 2.9Wh의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구글에서 하루 90억 건의 검색이 이뤄진다고 가정할 때 이를 생성형 AI 검색으로 바꾸면 29.2TWh(테라와트시)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는 아일랜드가 1년간 소비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과기부가 추진하는 국가AI컴퓨팅센터도 전기요금으로 연간 1,000억 원 이상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시는 높은 전력 자립률 덕분에 AI컴퓨팅센터에 필요한 전기 확보가 쉬울 것으로 전망한다. 경북의 전력 자립률은 2023년 기준 215.6%로,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1위다. 또 국내에서 가동되는 원자력발전소 총 26기 중 13기를 운영해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에너지 핵심지역이다. 게다가 전기 판매 사업자가 사용자에게 직접 전기를 공급하고 발전소와 가까울수록 요금을 싸게 공급할 수 있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특구)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 안정적이면서 값싼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홍석표 경북도 에너지산업국장은 “지역별 전기요금제와 분산에너지 활성화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경북은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에너지 다소비시설의 최적지로 부상할 것”이라며 “AI컴퓨팅센터 등 최첨단 시설이 들어서면 전력이 원만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개발인력, 연 1,000명 이상 배출
포항시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인 포항공대(포스텍)와 한동대 등에서 AI 연구·개발에 필요한 이·공계 인재를 다수 배출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실제로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미국 대기업보다 저비용 고성능 AI모델을 내놔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의 성공 비결도 뛰어난 이·공계 인재풀에 있었다. 특히 중국 내 명문대학 출신들로 개발팀을 꾸렸다는 점은 AI 개발자 수뿐만 아니라 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경북 포항공과대학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포항시는 이·공계 분야 인재가 해마다 1,000명 이상 배출돼 AI컴퓨팅센터가 성과를 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텍은 이미 AI 연구원을 두고 있고, 한동대 역시 AI 혁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포스코가 설립한 실용화 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포스코그룹의 AI 컨트롤타워인 AI로봇융합연구소를 운영하는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AI로봇개발에 한창인 국내 유일의 정부산하 로봇분야 전문연구소인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 AI 및 신소재 관련 연구기관이 밀집한 것도 인재 확보에 유리한 점이다. 석상문 포항시 AI·ICT 융합팀장은 “세계적인 인재와 혁신이 포항에서 배출될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 있다”며 “이·공계 인재를 끊임없이 양성할 수 있는 포항의 강점은 국가 AI 전략을 실현하는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학습용 데이터, '차고 넘쳐'
포항시는 AI가 인간처럼 학습하고 사고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데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가 풍부한 것도 강점으로 꼽고 있다.
포항은 국내서 유일하게 국가연구시설이자 최첨단 실험 장비인 방사광가속기를 3세대와 4세대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18대뿐인 단백질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극저온 전자현미경도 포스텍과 포항 융합기술산업지구 내 연구소에 설치돼 있다. 1994년 국내 최초로 포스텍에 들어선 방사광가속기는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전자를 가속시켜 나오는 방사광을 이용해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분석한다.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도 방사광가속기로 개발했을 만큼 신약 개발에 없어서는 안 될 장비다. 극저온 전자현미경는 대당 80억 원이 넘는 고가의 첨단 실험 장비로, 코로나 바이러스 단백질 구조를 규명해 백신 개발을 앞당겼다.
포항시는 두 연구 장비에 축적된 방대한 양의 단백질 및 소재 분석 데이터가 AI를 활용한 신약 및 신소재 개발을 이끌어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표 디지털융합산업과장은 “지난해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이 AI 분야 연구자들에게 돌아간 것도 대규모 데이터 분석과 장기적인 실험 데이터를 AI에 적용한 덕분”이라며 “포항이 보유한 데이터가 AI컴퓨팅센터에서 학습되면 신소재와 신약개발도 더욱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에 있는 3세대(오른쪽 원형), 4세대(가운데 막대형) 방사광가속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포항시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철강 제조업과 이차전지, 바이오, 수소 등 신산업까지 고루 갖춘 점도 AI 기술과 융합할 수 있는 잠재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은 AI컴퓨팅센터가 필요로 하는 인프라는 두루 갖춘 도시”라며 “센터가 설립되면 포항은 단순한 AI 연구 개발을 넘어 AI 기술을 실질적으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실험적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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