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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재건축 단지도 잇단 유찰... 신중해진 '수주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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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재건축 단지도 잇단 유찰... 신중해진 '수주전' 왜?

입력
2025.03.18 18:2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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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상승에 많은 홍보비 영향
알짜 사업지만 선별해 수주 경향
조합, 사업지연·공사비 상승 '울상'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구·마포구 일대. 뉴스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구·마포구 일대. 뉴스1

건설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증으로 대형 건설회사들이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강남권 주요 정비 사업지에서까지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유찰이 잇따르거나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비용 상승으로 사업성을 높이는 게 어려워진 데다 수주전을 치를 경우 홍보비 지출이 상당해 사업 선별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1조 원 안팎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시공사 선정이 잇따라 유찰됐다. 이달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사업비 1조5,140억 원),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 아파트(1조7,000억 원)와 지난달 서초구 방배15구역(7,552억 원)이 대표적이다. 현행법상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두 곳 이상이 참여해야 경쟁이 성립된다. 한 곳만 참여할 경우 자동 유찰되고, 단독 입찰 등으로 두 번 유찰되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개포주공과 잠실우성의 경우 사업 규모가 크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알짜 지역이라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올해 1월 열린 두 사업설명회에는 각각 10개, 6개의 건설사가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지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최종적으로 입찰하지 않으면서 개포주공은 현대건설, 잠실우성은 GS건설만 단독 입찰했다. 방배15구역 역시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포스코이앤씨만 참여했다.

최근 건설경기가 얼어붙은 영향이 크다. 팬데믹 이후 자잿값이 급상승하면서 공사비 부담이 커졌고, 이로 인한 조합과의 공사비 증액 갈등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인 탓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진행된 정비사업장 30여 곳 중 경쟁입찰이 진행된 곳은 영등포 여의도한양아파트, 강남구 개포한신아파트, 용산구 한남4구역 정도다.

대상지가 적지 않은데 수십억 원의 홍보비가 드는 수주전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대형 재건축·재개발 예정지들이 줄지어 있던 터라 건설사들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끼리 맞붙을 경우 설명회부터 현장 홍보인력, 모델하우스, 홍보영상 제작 등에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쓴다"며 "홍보비가 높아질수록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재건축·재개발조합 입장에선 경쟁 없는 수의계약이 진행되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입찰 과정을 거듭 거쳐야 해 사업이 지연되고, 이는 비용 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조합은 시공사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조건을 손보고 있지만, 결국 실패하며 내부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서울의 한 아파트 조합원은 "경쟁입찰이 안되면 조합이 바라는 점을 계속 밀어붙일 수 없기 때문에 선택지가 확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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