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쟁 끝낼 수 있는지 볼 것"
러, '우크라 나토 가입 금지' 등 요구
밀려난 우크라...입장 반영 어려울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16일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종전에 관해 직접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요 전선인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일방적으로 러시아에 밀리면서 크게 후퇴한 우크라이나는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처지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내일(18일) 푸틴 대통령과 대화할 계획"이라며 "전쟁을 끝낼 수 있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말 동안 많은 일이 이뤄졌다"며 "양측(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특정 자산 분할'에 관한 얘기가 진행 중이며, 영토와 발전소가 협상의 주요 초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러시아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 휴전안'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가 일방적인 승기를 잡은 상황에 단순한 휴전은 우크라이나에만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주말 러시아는 쿠르스크 대부분 지역에서 우크라이나를 몰아냈다. 지난여름 우크라이나 공세가 가장 강했을 때와 비교하면 현재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땅은 10%도 되지 않는다. 러시아는 영토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차단과 우크라이나군 규모 제한 등 추가 조건을 포함한 '완전한 종전' 논의를 원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군복을 입고 전쟁 지역인 쿠르스크 지역을 돌아보고 있다. 쿠르스크=타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통화는 3년 넘게 끌어온 러·우 전쟁의 주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던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는 "양측이 상당히 차이를 좁혔다"며 협상이 긍정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마찰 이후 우크라이나에는 강한 '채찍'을, 러시아에는 '당근'을 제공하며 양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수세에 몰린 건 우크라이나다. 차지했던 영토를 대부분 빼앗긴 데다 트럼프 행정부에 사실상 항복한 상태라 앞으로 미국이 러시아와 협상한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 요구에 따라 국제기구인 국제침략범죄기소센터(ICPA)에서 발을 뺐고, 친우크라이나 성향으로 지목된 특사를 고위급 협상에서 배제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대놓고 반대하기도 했다. 종전 협상이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요구는 반영되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되는 이유다.
뉴욕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후퇴를 이용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하려 하는 듯하다"며 "전투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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