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키이우 시장 등장한 '북한군 휘장'..."1개 7만원, 없어서 못 판다"
알림
알림

키이우 시장 등장한 '북한군 휘장'..."1개 7만원, 없어서 못 판다"

입력
2025.03.18 08:30
8면
1 0

북한군 휘장 판매인 "쿠르스크서 입수" 주장
"일주일에 2, 3개 확보...생소한 국가라 인기 "
러군 여권, 14만 원 거래... '전리품'처럼 다뤄져

1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노점에서 주인이 북한군 패치 여러 장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한 장에 약 7만 원에 팔리는 패치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군이 착용했던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1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노점에서 주인이 북한군 패치 여러 장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한 장에 약 7만 원에 팔리는 패치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군이 착용했던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관광명소인 '성 안드리 교회' 인근의 한 거리. 주말을 맞아 전통 의상, 공예품, 그림 등이 팔리는 노점 시장이 열렸다. 점포 하나가 시선을 끌었다.용품을 파는 곳이었다. 군종·부대별 상징을 담은 알록달록한 자태의 각종 '휘장'이 행인들의 발길을 잡고 있었다.

전란 탓에 관광객 씨가 마른 키이우에 나타난 '아시아인'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주인이 물어 왔다. "혹시 북한군 휘장에도 관심 있어요?"

주인 A씨에 따르면 북한군 휘장은 우크라이나·러시아 격전지인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서 공수된다.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8월 기습 점령한 쿠르스크를 탈환하고자 러시아는 지난해 말 약 1만2,000명 규모의 북한군을 쿠르스크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의 소지품이 현지에서 활동하는 '브로커'를 거쳐 A씨에게 전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일주일에 2, 3개 정도를 공급받는다. 지금까지 판 것도 15개 정도"라고 전했다. 그만큼 귀하다는 뜻이다.

가격은 무려 2,000흐리우냐(약 7만 원). 우크라이나군 휘장(200흐리우냐)보다 10배 비싸지만 무섭게 팔려나간다. A씨는 "공장에서 찍어낼 수 있는 우크라이나군 휘장과 달리 북한군 건 그렇지 않다. '(북한군이) 직접 착용했던 것'이니 비싸다. 그래도 없어서 못 판다"고 말했다. "북한이라는 국가 자체가 생소하기에 더 인기"라는 게 그의 짐작이다. 재고가 없는 탓에 이날 북한군 휘장을 곧장 살 순 없었다. A씨는 "새로 공수한 북한군 패치가 18, 19일쯤 들어올 것"이라며 "구매 예약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1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노점에서 주인이 별도의 장소에서 꺼내와 보여준 깃발. 러시아 쿠르스크에 배치됐던 북한군 소지품이라고 그가 주장한 이 깃발은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군 깃발을 합친 형태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1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노점에서 주인이 별도의 장소에서 꺼내와 보여준 깃발. 러시아 쿠르스크에 배치됐던 북한군 소지품이라고 그가 주장한 이 깃발은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군 깃발을 합친 형태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그는 '다른 선택지'도 제시했다. 차량에서 그가 꺼내온 봉투엔 북한군이 소지하고 있었다는 대형 깃발이 담겨 있었다.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군 깃발을 하나로 합쳐놓은 형태였는데 이 역시 쿠르스크 전장에서 입수했다는 것이다. 가격은 4,000흐리우냐(약 14만 원)로 북한군 휘장의 2배였다.

'북한군 소지품인지 어떻게 믿냐'고 묻자 A씨는 최근 브로커와 주고받은 문자와 북한군 패치 여러 장이 담긴 사진을 보여줬다. 그는 "우리가 북한군 소지품을 판매하면 수익 일정 부분이 우크라이나 군대로 간다. 일종의 기부인 셈"이라고도 말했다. 북한군 패치를 직접 입수한 사람이 우크라이나 군인 또는 군 관계자라는 얘기다. 전장에서 온 물건이라는 주장을 굳히려는 듯 그는 러시아군 신분증도 꺼내와 보여줬다. 1990년생인 러시아군 병사 여권은 4,000흐리우냐였다. 진위 여부는 불분명했다. 하지만 키이우 시장 한복판에서 북한군·러시아군이 쓰던 물건이 '전리품'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이렇게라도 승전을 맛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1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노점에서 주인이 별도의 장소에서 꺼내온 러시아군 여권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서 입수했다는 여권 가격은 4,000흐리우냐(약 14만 원)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1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노점에서 주인이 별도의 장소에서 꺼내온 러시아군 여권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서 입수했다는 여권 가격은 4,000흐리우냐(약 14만 원)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키이우= 신은별 특파원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