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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서 배우와 마주했다, 몰입도가 확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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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서 배우와 마주했다, 몰입도가 확 올랐다

입력
2025.03.19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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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객석 간 거리 좁힌 공연 인기
뮤지컬 '원스' 프리쇼, 관객도 무대에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객석을 무대에
관객을 무대에 세운 '데카당스' 등 화제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 공연 중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 무용수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 공연 중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 무용수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무대의 턱은 낮아졌고, 몰입도는 이보다 높을 수 없다. 요즘 인기 있는 공연의 특징은 단연 공연자와 관객 간의 가까워진 거리다. 공연예술은 영상 콘텐츠와 차별화되는 현장성이라는 독특한 가치를 관객에게 제공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객은 직접적인 감각적 경험을 더 갈망하게 됐다. 공연자와 관객의 상호작용을 활성화할 창의적 방법을 모색하는 공연도 늘고 있다.

관객의 심리적 거리 줄인 '프리쇼'

뮤지컬 '원스'가 시작하기 전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 '프리쇼'를 즐기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원스'가 시작하기 전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 '프리쇼'를 즐기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계에서 확산하는 프리쇼(pre-show·사전 공연)가 대표적이다. 2007년 개봉한 동명의 아일랜드 영화가 원작인 뮤지컬 '원스'(5월 31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는 공연 시작 20분 전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 음료를 마시며 배우들의 연주를 바로 옆에서 즐길 수 있다. '원스'는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아일랜드 출신 거리 음악가 '가이'와 체코 이민자 '걸'이 교감하는 이야기. 배우들이 춤과 노래는 물론 악기까지 연주하는 '액터 뮤지션' 공연이다. 무대에 오른 관객은 배우들이 아일랜드 민요와 체코 민요를 들려주는 동안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뮤지컬 '원스'를 관람한 관객들이 촬영한 프리쇼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와 있다.

뮤지컬 '원스'를 관람한 관객들이 촬영한 프리쇼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와 있다.

프리쇼는 액터 뮤지션 공연의 특징이다. 지난해 공연한 뮤지컬 '조로'와 '그레이트 코멧'은 배우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객석 사이를 거니는 프리쇼로 시작했다. 프리쇼는 관객이 색다른 체험을 즐기고 본공연에 대한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워밍업 시간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심리적 거리감이 사라져 더 몰입했고 감동도 더 크게 다가왔다' 등의 프리쇼 소감이 올라와 있다.

사건 현장 목격자가 된 관객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중 '루시퍼'의 한 장면이 공연되고 있다. 객석 맨 앞줄 관객은 손을 뻗으면 침대에 닿을 정도로 무대와 객석이 가깝다. 아이엠컬처 제공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중 '루시퍼'의 한 장면이 공연되고 있다. 객석 맨 앞줄 관객은 손을 뻗으면 침대에 닿을 정도로 무대와 객석이 가깝다. 아이엠컬처 제공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6월 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처럼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공연도 있다. '카포네 트릴로지'는 미국 시카고 렉싱턴 호텔 661호를 배경으로 한 3부작 연극. 마피아 알 카포네가 시카고를 장악한 1923·1934·1943년에 벌어진 각각의 살인 사건을 다룬 3편 '로키', '루시퍼', '빈디치'로 구성돼 있다. 제작진은 소극장을 통째로 미국 시카고 렉싱턴 호텔 객실로 꾸몄고, 객실 안엔 100석의 객석도 포함돼 있다. 무대 양옆에 객석을 배치했다. 연극은 1차 티켓 판매분인 4월 초 공연까지 전석 매진된 상태다. '스토리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 '관객은 목격자이며 유령이며 일원'이라는 관람 후기도 이어지고 있다.

원작자인 영국 연출가 제스로 컴튼은 "관객들이 객석에 앉았을 때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며 "호텔 방을 그대로 옮긴 공연장, 방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몰래 지켜보는 듯 작품과 밀접하게 호흡하는 객석은 마치 관객이 목격자가 된 듯한 느낌을 준다"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몸에서 해방시키는 춤, 관객이 댄서다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 세종문화회관 제공

이스라엘 두 거장 안무가의 최근 공연은 관객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시킨다. 서울시발레단 무용수들이 선보이고 있는 오하드 나하린 안무작 '데카당스'(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와 영국 호페쉬 쉑터 컴퍼니의 '꿈의 극장' 내한 공연(14, 15일 성남아트센터)은 관객을 무대에 세운다.

나하린의 안무작 8편을 엮은 '데카당스'의 백미는 12명의 관객이 무대에 오르는 부분. 첫날인 14일 공연에서 객석으로 내려온 무용수의 제안을 받고 무대에 오른 관객들은 민망해하다가도 이내 파트너가 된 상대 무용수와 호흡을 맞춰 적극적으로 리듬을 탔다. 일부 관객은 무용수를 등에 업고 무대를 누벼 박수갈채를 받았다. 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하린이 밝힌 "춤은 몸이라는 감옥에서 나를 꺼내 자유롭게 해주는 도구"라는 철학대로 자유와 해방이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호페쉬 쉑터 '꿈의 극장'. 성남아트센터 제공 ⓒTom Visser

호페쉬 쉑터 '꿈의 극장'. 성남아트센터 제공 ⓒTom Visser

쉑터의 '꿈의 극장'은 관객이 무대에 오르지는 않지만 공연 중후반부에 관객도 함께 춤을 춘다. 쉑터는 나하린이 18년간 예술감독을 맡았던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쉑터 역시 공연 전 가진 인터뷰에서 "춤과 음악은 도피처이자 스스로를 발견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무대의 공기가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작품과 마주하는 것은 날것의 경험이자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인류의 역사"라고 믿는 그의 철학이 불 켜진 객석에서 무용수와 관객이 함께 춤을 추는 인상적 장면을 남긴 셈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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