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美 올해 성장률 2.1→1.7%로 하향
BofA 설문 "美주식 투자비중 40% 줄었다"
NYT "더 크고 긴 고통 위한 단기적 고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분기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 전쟁으로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까지 내려앉았다. "트럼프 정책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주식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는데, 시장에선 "아직도 바닥이 남았다"는 비관적인 평가마저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18일(현지시간) 공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을 종전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2월 발표 이후 3개월 만의 조정이다. 내년 전망치도 기존 1.7%에서 1.5%로 낮췄다. 보고서는 "새 행정부의 무역전쟁이 성장세를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강화하면서 금리인하를 지연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10일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1.7%로 무려 0.7%포인트 내렸다. 모건스탠리도 1.9%에서 1.5%로 조정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최근 3년간 2.5%(2022년), 2.9%(2023년), 2.8%(2024년)의 수치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는 경기 둔화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 심화가 예상되며 주식시장도 비상이다. '트럼프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증가분을 모두 토해내고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고점 대비 5조 달러(약 7,300조 원)가량을 잃었다. 최근 한 달 새 S&P500은 9%, 나스닥은 13% 각각 폭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한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시장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실제,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펀드매니저 1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번 달 미국주식 투자 비중은 전달 대비 40%포인트나 줄었다. 투자심리도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한 2020년 3월 이후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이 높다는 건 기업과 소비자가 대형 매수·투자를 회피한다는 뜻"이라며 "트럼프의 정책이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이 하나만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하락장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다. 미국 리서치업체 울프리서치는 18일 낸 보고서에서 "최근 S&P500이 전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면서 조정 국면에 진입했지만, 아직 미국 증시의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과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으며 "견딜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 발신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 경제 재산업화를 위해 단기적 고통을 감내하자는 얘기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런 판단에 의문을 던진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은 더 큰 장기적 고통을 얻기 위한 단기적 고통"이라고 꼬집었고, 제시카 풀턴 정치경제연구센터(조인트센터) 부사장은 "경기 침체가 금방 끝나더라도 미 국민에게 미칠 피해는 향후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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