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드라마 '펨브룩셔 살인 사건'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막 진급한 웨일스 경찰 간부 스티븐 윌킨스는 경찰 내부 누구도 돌아보지 않던 1980년대 미제사건 해결에 나선다.
웨이브 바로 보기 | 15세 이상 | 3부작
영국 웨일스 지역 경찰 스티븐 윌킨스(루크 에번스)는 막 총경으로 진급했다. 성실한 데다 의욕 넘치는 그는 1980년대에 일어난 미제 살인사건 두 건에 손을 댄다. 때는 2006년. 유전자 감식을 필두로 경찰의 과학수사는 진일보했다. 80년대에는 실마리조차 찾지 못했던 범죄를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인력과 돈과 의지다.
①한 재소자를 향하는 증거들

윌킨스는 오래된 살인사건 현장을 다시 돌아보며 용의자의 흔적을 찾는다.
미제사건 두 건은 서로 무관해 보인다. 하나는 부부 살인사건이고, 또 하나는 10대 청소년들 살인과 성폭행이다. 유사점은 사건 현장이 가깝다는 점 정도다. 부하직원과 탐문을 거듭하던 윌킨스는 두 사건이 동일범 소행임을 알아챈다. 범인이 잡힌 살인사건과 관련돼 있음을 직감하기도 한다. 10년째 복역 중인 존 쿠퍼(키스 앨런)가 유력 용의자다.
심증에 비해 증거는 약하다. 게다가 쿠퍼는 지능범이다. 덜미를 잡힌 사건과 관련해서도 심문 과정에서 경찰을 혼란에 빠뜨린 적이 있다. 그는 억울하게 옥살이 중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아들 앤드루(올리버 라이언)가 저지른 일을 자기가 뒤집어썼다는 거다. 쿠퍼는 정말 누명을 쓴 것일까, 미제사건 역시 앤드루가 저지른 걸까.
②아들을 범인으로 지목한 용의자

윌킨스는 미제사건 해결에 온 힘을 다하나 인력과 비용 문제에 부딪혀 곤란에 처하기도 한다.
윌킨스가 수사를 계속할수록 정황과 증거 대부분은 쿠퍼를 향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예를 들어 한 미제사건의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범인은 긴 머리에 반바지를 입었다고 하나 쿠퍼는 평생 머리를 기른 적 없고, 반바지 착용을 즐기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두뇌회전이 빠른 쿠퍼에게서 허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수사 비용이 바닥에 가까워진다. 경찰 수뇌부는 윌킨스가 과거 사건에 집착하며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모범수’로 지낸 쿠퍼가 가석방될 가능성이 크다. 연쇄살인범일 가능성이 큰 쿠퍼가 풀려나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③범죄 해결의 제일 조건은 수사 의지

윌킨스는 수사에 모든 시간을 쏟으면서 10대 후반 아들과 소원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사건 해결 후 두 사람은 이전보다 더 단단한 관계를 맺게 된다.
드라마는 윌킨스가 증거를 찾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윌킨스의 집념은 쿠퍼의 예상을 벗어난다. 윌킨스는 쿠퍼가 출연했던 방송을 찾아내고, 보관소에 묻혀있던 주요 증거를 발견해내기도 한다. 피해자가 추가로 나와서는 안 된다는 조바심이 큰 동력으로 작용한다.
윌킨스는 지나치게 일에 몰두하다 보니 아들과 서먹서먹한 사이가 된다. 쿠퍼도 아들과 불화하나 윌킨스와는 결이 다르다. 윌킨스의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대신 쿠퍼의 아들 앤드루는 아버지를 혐오의 대상으로 여긴다. 윌킨스가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가족의 단합으로 이어지는 반면 쿠퍼가 여죄를 감추려는 과정은 가족 사이의 불신을 강화한다. 쿠퍼의 비인간적인 면모는 윌킨스 부자의 소통을 통해 더욱 부각된다.
뷰+포인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실명으로 나온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추가 희생자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찰 윌킨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윌킨스는 과학수사가 제아무리 발달해도 범인을 잡기 위해 경찰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과거를 잊고 싶거나 감추고 싶었던 피해자들이 기꺼이 법정에 나설 수 있었던 건 자리를 걸고 수사에 나선 윌킨스의 진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파렴치한 범인의 발뺌이 만들어내는 분노, 증거를 찾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스릴, 법정 다툼의 긴장감 등을 잘 조화해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2%
***한국일보 권장 지수: ★★★★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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