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 "공휴일 하루 줄이면 GDP 최대 13조 원 증가"
"베이비부머 은퇴... 이젠 '더 많은 노동' 논의해야"
노동계 반발... "공휴일은 휴식으로 생산성 기여"

2월 18일 독일 니더작센주 엠덴의 폭스바겐 공장에서 ID.7의 섀시가 크레인을 통해 조립 라인 천장을 가로질러 운반되고 있다. 엠덴=EPA 연합뉴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1인당 노동 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짧다.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2년 연속 역성장’이라는 부진한 경제 성적표에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국내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공휴일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찬반 양론도 격화하는 분위기다.
연방정부도 "덴마크 '공휴일 축소' 따라야"
20일(현지시간) 독일 공영 ARD방송에 따르면 독일경제연구소(IW)는 최근 “공휴일을 하루 없애면 국내총생산(GDP)이 최소 50억 유로(약 7조9,100억 원), 최대 86억 유로(약 13조6,100억 원) 증가한다”고 밝혔다. 근무일이 하루 늘어날 때마다 연간 GDP도 최대 0.2% 증가한다는 게 IW의 추산이었다.
크리스토프 슈뢰더 IW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거대한 인구학적 문제에 직면했다. 이제 ‘더 적은 노동’이 아니라 ‘더 많은 노동’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거 은퇴하는 만큼, 노동 시간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뜻이었다.
정부도 같은 의견이다. 독일 연방정부의 모니카 슈니처 경제정책자문위원장은 “공휴일을 하루 줄여 정부 재정을 4억 유로(약 6,330억 원) 늘린 덴마크의 모범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국방 예산 확보를 위해 부활절 이후 네 번째 금요일인 ‘대기도일’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덴마크의 전례에 주목한 것이다.
이러한 견해가 분출하는 이유는 역시 독일 경제 상황 악화에 있다. 지난해 독일 GDP는 전년 대비 0.2% 감소한 것으로 올해 1월 잠정 집계됐다. 2023년(경제성장률 -0.3%)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을 보였는데, 이는 2002, 2003년 이후 21년 만의 일이다. 부문별로는 제조업(-3.0%)과 건설업(-3.8%)의 침체가 특히 두드러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3월 독일 베를린 근처 브란덴부르크주 그륀하이데의 테슬라 생산공장 '기가팩토리'를 방문한 뒤 떠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그륀하이데=AP 연합뉴스
獨 공휴일, 주변국보다는 적은 편
독일이 처한 경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결국 ‘노동 시간’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IW 등의 진단이다. 2023년 독일의 1인당 노동시간은 1,34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최소였다. OECD 평균 1,742시간보다 훨씬 짧았던 것은 물론, 프랑스(1,500시간)나 영국(1,524시간) 등 다른 유럽의 경제강국과도 큰 차이가 났다.
실제로 독일의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은 △수출시장 경쟁 심화 △비싼 에너지 가격 △높은 금리 등과 함께 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왔다. 여기에다 최근 정치권이 인프라 투자를 위해 10년간 5,000억 유로(약 794조 원)의 특별기금을 조성하기로 하자, 재계를 중심으로 ‘공휴일 축소’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와 테슬라 공장 등 자동차 업계가 적극적이다. 직원들이 병가를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많이 쓰고, 근무 환경 자체도 느슨하다는 게 평소 이들의 불만이었다. 지난 14일에는 테슬라 독일 공장 경영진이 병가를 낸 직원들에게 “건강 상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라”며 급여 지급을 보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 등이 보도했다.
테슬라 독일 공장은 지난해에도 병가 상태인 직원들의 집을 사측이 불시 방문해 ‘확인 작업’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불렀다. 미국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독일 공장 직원의 병가율이 15% 이상이라는 언론 보도를 엑스(X)에 공유하며 “알아보겠다”고 썼다.
그러나 정부·재계의 입장인 ‘공휴일 축소’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독일노조총연맹(DGB)은 “공휴일을 없앤다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공휴일은 사치가 아니라 휴식으로 생산성에 기여하는 노동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독일의 공휴일이 많은 것도 아니다. 각 주(州)별로 연간 10일 또는 11일인데, 이는 △스페인 12~14일 △오스트리아 13일 △이탈리아 12일 등 주변국에 비해 적은 편이다. 오히려 공휴일을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요구다. 공공서비스노조 베르디는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달라”며 니더작센주 의회에 청원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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