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카메라 200대 설치해보니···막힌 ASF 울타리에 산양은 발길을 돌렸다
알림
알림

단독 카메라 200대 설치해보니···막힌 ASF 울타리에 산양은 발길을 돌렸다

입력
2025.03.20 08:00
수정
2025.03.20 08:58
19면
0 1

환경부 ASF 차단 울타리 야생생물 생태계 영향 조사
부분개방 효과도 드러나, 산양 10마리 중 6마리가 통과

18일 폭설이 내린 강원 화천군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산양 2마리가 눈을 맞고 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18일 폭설이 내린 강원 화천군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산양 2마리가 눈을 맞고 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산양 떼죽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울타리가 실제 산양 등 우제류의 이동을 막고 있다는 중간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부분개방한 지역에서는 산양 등 야생생물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어 울타리 개방 시 이들의 이동 제한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됐다.

18일 본지가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환경부로부터 받은 'ASF 차단 울타리 멸종위기야생생물 생태계 영향 조사'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미개방 지점과 개방지점 동물 행동유형 차이 뚜렷

설악산 국립공원 미시령 도로에 설치된 울타리 개방 지점이 쌓인 눈에 가로막혀 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설악산 국립공원 미시령 도로에 설치된 울타리 개방 지점이 쌓인 눈에 가로막혀 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ASF울타리 미개방 및 부분개방 지점 산양 출현 분석. 그래픽=강준구 기자

ASF울타리 미개방 및 부분개방 지점 산양 출현 분석.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 조사는 지난해 3월 ASF 울타리 개방에 대한 시민단체와 학계의 요구가 거세자 환경부가 '울타리 내 생태계 영향 조사 및 개방 필요구간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데 따른 것이다. 용역을 맡은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5월부터 강원 화천과 양구군 내 울타리 미개방 2개 지점과 양돈농가 및 ASF 발생지점과 이격거리를 확보한 미시령 옛길 등 부분개방 44개 지점을 모니터링하고 야생생물의 이동패턴을 분석하고 있는데, 그 중간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국립생태원은 미개방 지점 2곳(2024년 5~11월)에 각각 무인센서카메라 100대를, 부분개방 지점 44곳(2024년 5~12월)에 각각 3대를 설치하고 1개월마다 회수해 야생동물이 울타리에 보이는 반응인 행동유형을 범주화시켰다.

강원 화천군에서 발견된 산양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강원 화천군에서 발견된 산양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우선 미개방 지점에서는 산양, 멧돼지 등 우제류가 주로 울타리를 따라 이동했지만 통과 시도 시 울타리에 의해 이동이 차단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산양의 경우 양구군에서만 포착됐는데 62.8%는 울타리를 따라 이동, 20.9%는 탐색활동을 한 반면 울타리를 뛰어넘거나 밑으로 통과하려는 시도는 1.3%에 그쳤다. 하지만 산양이 훼손된 울타리로 통과한 수만 118건에 달했다.

반면 개방지점에서 우제류는 먹이활동, 머뭄, 통과 등의 행동을 보여 개방구간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양의 경우 57.1%가 울타리를 통과, 2.3%는 재통과했고 회피는 3.4%에 그쳤다.

국립생태원은 "미개방 지점에서 우제류가 훼손된 부분으로 통과하고, 개방지점에서 통과가 우위를 보이는 점을 확인했다"며 "개방 시 우제류 이동 제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요 서식지를 연결하는 곳을 중심으로 울진군 내를 비롯해 화천군과 양구군으로 이어지는 지역 울타리를 우선 개방하고, 부분개방 지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가오는 겨울 이전 철거 로드맵, 마련 실행돼야

강원 화천군에서 막힌 ASF차단 울타리 앞을 서성이고 있는 산양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강원 화천군에서 막힌 ASF차단 울타리 앞을 서성이고 있는 산양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산양 사망 수 추이. 올해는 눈이 덜 온데다 지난해 너무 많이 죽은 탓에 사망 수가 전년보다 많지 않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산양 사망 수 추이. 올해는 눈이 덜 온데다 지난해 너무 많이 죽은 탓에 사망 수가 전년보다 많지 않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시민단체는 연구 중간 결과에서 울타리가 산양의 이동 제한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드러난 만큼 하루빨리 철거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한국일보와 정부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립공원뿐 아니라 백두대간 보호지역, 천연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 국가보호지역 내 설치된 울타리를 우선 철거할 필요성이 확인됐다"며 "양돈 농가와 거리가 있고 ASF 발생 위험도가 낮은 지역이나 국가보호지역 일대는 선제적으로 철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야생동물의 이동권을 보장하면서도 ASF 확산 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균형 잡힌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가 울타리 개방 지역 확대 및 존속 여부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폭설이 내린 강원 화천군 내 힘겹게 눈을 맞고 있는 산양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18일 폭설이 내린 강원 화천군 내 힘겹게 눈을 맞고 있는 산양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이에 대해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 관계자는 "국립생태원의 연구를 포함해 울타리 관련 연구용역 2개가 7월에 끝난다"며 "하반기에 울타리 관련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를 올해 안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 5일까지 산양 사망 수는 22마리로 전년 같은 기간 785마리보다 크게 줄었다. 올겨울에 눈이 덜 온 데다 이미 지난해 전체 개체 수의 절반(1,022마리) 이상이 죽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1

0 / 250
  • 오드리베르베르 2025.03.21 16:39 신고
    울타리는 꽤 오래 설치되어 있었는데도 유독 2024에만 이런일이 일어난것은 울타리의 영향보다는 24의 폭설과 장기간의 강추위라는 기상이변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울타리는 동물 로드킬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으므로, 철거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다만, 생태계 연결성을 고려해 일부 구간의 개방은 필요해 보입니다.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