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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이순신과 히딩크의 공통점

입력
2014.07.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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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과 거스 히딩크 축구감독은 시대와 장소와 분야를 달리하지만 우리에게 승리 신화를 만든 인물로 통한다. 이순신 장군은 수적 열세와 지원 부족에서 불구하고 일본수군과의 해전에서 23전 전승을 거뒀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한 약체 팀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졸지에 세계 4강 대열로 올렸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을 단지 승리한 장군과 감독으로만 보는 것은 겉핡기식 평가에 지나지 않는다. 이 두 사람의 진짜 공통점은 희대의 ‘전략가’라는데 있다. 그들은 탁월한 전략적 사고와 전략적 실행으로 후세 누구도 감히 모방하기 어려운 신화를 만든 것이다.

최근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본선에서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일단 감독직을 유지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큰 경기가 끝나면 축구팀과 감독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평가 기준에 문제가 있다. 냉정하게 현실을 보자. 올 초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한국축구의 세계랭킹은 53위였다. 이런 우리 축구팀이 지역예선을 통과하여 세계 32강이 맞붙는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만 해도 평가받아야 하지 않을까. 50위의 축구팀을 32강으로 만드는 것이 유능한 감독의 몫이라면, 이를 16강이나 4강으로 만드는 것은 전략가의 몫이 될 것이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다시한번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과 전략가 역량을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히딩크 신드롬’이 있었다. ‘히딩크 매직’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히딩크 감독 자신은 이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실제 히딩크 감독의 경기성적은 운도 매직도 아니었다. 그는 통찰력과 경험과 과학지식을 통해 경기력이 뛰어난 팀을 만드는 노하우를 알고 있었다. 이 정도는 보통 축구감독도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히딩크는 탁월한 전략가였다, 이 점이 바로 그를 다른 훌륭한 축구감독과 다르게 만들었다.

당시 한 경제연구소는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분석해 5개 성공요인을 뽑았다.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로서의 식견, 인연을 배제하고 능력과 역할 중심의 인재 선발, 기본에 충실, 비전 제시와 공감대 확보, 원칙과 소통을 통한 신뢰 구축 등이다. 실제 히딩크의 각종 인터뷰를 보면 그는 좀체 다른 축구감독과 달리 축구 언어를 쓰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비전, 소통, 문제인식, 변화관리, 혁신, 신뢰, 임파워먼트, 조직정열 등 전략가와 경영자의 언어를 구사한다. 매일 죽고 사는 피말리는 경쟁에 시달리는 경제인들이 히딩크를 배우겠다고 나선 것도 바로 이런 전략가의 면모 때문이 아닐까.

우리 역사를 돌이켜 보면 단연 이순신 장군이 돋보인다. 이순신 장군은 해전사뿐만 아니라 모든 전쟁사를 통틀어 보기 드문 23전 23승 무패 기록을 갖고 있다. 어떻게 이런 전과가 가능했을까. 바로 이순신 장군이 전략가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실제 그의 언행을 보면 무인에 앞서 뼛속까지 전략가였다. 전투는 반드시 유리한 장소와 시간을 골랐다. 사전준비가 충분치 않으면 전투를 피했다. 상대를 철저히 연구하고 결코 얕잡아 보지 않았다. 매번 더욱 강해진 상대, 나를 잘 아는 상대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혁신적 전략을 세웠다. 상대 약점을 찾아 공격하고,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엄정한 기율과 솔선수범으로 목표의식이 투철한 조직을 만들었다.

지금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전략가가 필요하다. 안팎으로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가속화하고,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분야의 지도자는 현상유지의 관리자가 아니라 미래를 창출하는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개개인이 모두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사회다. 따라서 국민 개개인이 모두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이순신과 히딩크의 비전도 개별 구성원의 전략적 사고와 실행이 동반되지 않았다면 한낱 몽상으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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