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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고용체제에 앞서 고민해야 할 문제들

입력
2014.10.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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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기업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관심거리가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이며 그 중심에 기업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내재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서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는 기업지배구조 이론의 핵심적인 고민거리이며, 각 국의 기업관련 법률은 이런 대리인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그 연유로 각 나라의 기업지배구조는 고유한 자본시장, 소유구조 및 경영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미국의 기업들은 재화의 생산을 위한 자본을 주로 주식시장에 의존한다. 다수의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특정기업의 소유권을 분점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미국식 자본주의의 핵심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 메커니즘으로서의 시장과 책임감 있는 정보 제공자로서 주주들의 투자 수익을 제일 가치로 간주하는 기업에 있다. 반면 독일, 일본의 기업들은 기업의 생산 자본을 주식시장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기 보다는 은행 또는 기업간 상호 투자를 통해 획득함으로써 시장 메커니즘이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경영의 안정성을 유지하고자 한다. 요컨대, 미국은 주주 중심의 자본주의적 성격이, 독일과 일본은 이해관계자 중심의 자본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상이한 기업지배구조하에서 기업의 핵심 역량을 보존하고, 역동적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고용관리 및 노사관계 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고려해야 하는 문제는 고용과 임금의 교환 메커니즘이다. 자본시장의 수익 요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주주자본주의적 지배구조하에서 예외적 경우가 아니라면 기업은 노동조합에게 임금 양보를 기대하기 어렵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근로자들에게 주어진 최적의 선택은 현재가치의 극대화이며, 그 결과 노동조합의 임금 요구가 강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이해관계자 중심의 체제하에서 기업은 주식시장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성이 적으며, 따라서 경기의 하향기에도 고용조정이 절실하지 않다. 이는 기업들이 시장의 압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자와 노동조합 또한 임금 극대화를 요구할 유인이 작다.

다음은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의 이슈다. 주주중심의 지배구조 하에서 기업이 종업원들의 교육에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난센스다. 왜냐하면 자본시장에 대한 긴장도가 높아 해고가 자유롭고, 외부 노동시장이 발달돼 이직이 빈번한 환경에서 특정 기업이 숙련노동력의 계발, 유지를 위해 종업원에 대한 기술 및 교육 투자를 진행한다면 그 종업원은 다른 기업에 포섭돼 이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지배구조라면 기업 내 교육훈련에 대한 전략적 투자는 최소화돼야 한다. 반면 이해관계자 중심의 기업지배구조하에서는 시장 변동에 따라 고용을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적으며, 따라서 종업원들을 장기 고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용안정을 전제로 기업 특수적 교육훈련을 제공함으로써 인적 자본의 전략적 경쟁력을 확보할 유인이 존재한다.

마지막 이슈는 노동력 관리 시스템이다. 주주중심형 자본주의에서는 종업원들의 도덕적 해이 및 기회주의 등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및 인적 자원을 경쟁적 외부시장에 의존하며, 시장을 주요한 규율 메커니즘으로 동원한다. 반면 이해관계자 중심형 자본주의 하에서 기업들은 종업원들의 능력을 기업의 내부노동시장 메커니즘을 이용해 극대화하고자 하며, 조직적인 의사소통 채널을 활용해 적극적인 정보교환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종업원들의 기회주의 지향을 극복하고자 한다. 요컨대, 전자가 외부노동시장과의 지속적 상호작용을 통해 우수한 인력을 탐색, 확보하고 부적절한 인력을 퇴출하는 시스템이라면 후자의 시스템은 잠재적 능력을 보유한 청년 노동력들을 채용해 지속적인 교육훈련 및 인적자원의 개발을 통해 경쟁력 있는 자원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기업의 임금체계도 이런 특성에 따라 달리 구성되며, 전자의 경우 성과형 직무급이, 후자의 경우 연공형 호봉급이 지배적이다.

최근 성과형 임금체계와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우리사회 고용체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 해법으로 모색되고 그와 관련된 논쟁이 지속되고 있으나 그에 앞서 우리에게 고유한 시장과 기업지배구조가 무엇인지 우선 이해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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