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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인디펜던트, 종이신문과 작별하다

입력
2016.03.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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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판은 계속…미디어 시장 급변 상징

인쇄를 멈추다’(STOP PRESS)라는 문구가 들어 간 인디펜던트지 마지막 종이판. 런던=EPA 연합뉴스
인쇄를 멈추다’(STOP PRESS)라는 문구가 들어 간 인디펜던트지 마지막 종이판. 런던=EPA 연합뉴스

‘윤전기를 멈추다(STOP PRESS).’ 영국 최대 일간지 중 하나인 인디펜던트가 26일(현지시간) 발행한 마지막 종이 신문의 1면 문구다. 아래에는 “마지막 인쇄판, 1986~2016년”이라는 글귀가 덧붙여졌다.

인디펜던트는 이날 종이 신문 발행을 멈추고 온라인 매체로 전환했다. 영국에서 ‘인디(INDY)’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인디펜던트는 가디언, 더 타임스 등과 함께 영국 4대 일간지로 꼽혀 왔다. 영국 주요 일간지 중 종이 신문 폐지를 결정한 언론은 인디펜던트가 처음이다.

인디펜던트는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이 영국 언론들을 사들이던 1986년 ‘정파와 이념, 소유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논조’를 외치며 젊은 기자들이 창간한 독립신문 성격 매체다. 인디펜던트(독립)라는 이름에 걸맞게 중립적인 시각과 세련된 논조, 신선한 주제의 기사로 중산층과 학생, 여성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기후 변화, 동성애, 난민 이주 허용 등 민감한 사회 문제를 가장 먼저 다루며 ‘언론을 선도하는 신문’으로 자리매김 하기도 했다.

인디펜던트는 이날 온라인판에 실은 ‘30년 동안의 전쟁’이라는 사설에서 “우리는 항상 역사를 거스르는 이들보다 역사를 만드는 이들의 편에 섰다”며 “유일하게 따랐던 정치 이념이 있다면 바로 ‘민주주의’”라고 소회를 드러냈다. 사설은 또 “오늘 윤전기는 멈추고, 잉크는 말랐다. 더는 종이가 접히지 않게 됐다”며 “하지만 역사의 한 장이 끝나면 새로운 장이 열리듯 우리는 인디펜던트의 정신을 계속 꽃피울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인디펜던트의 유료부수는 1990년 40만에 달했지만 인터넷 시대가 열린 후 지난달 5만 4,000부까지 떨어졌다. 반면 이달 인디펜던트 온라인판의 하루 평균 트래픽은 지난해보다 22% 늘어난 290만 건에 달했다. 현 소유주인 러시아 재벌 에브게니 레베데프는 이날 인디펜던트 온라인에 ‘발행인으로부터의 편지’를 띄우고 “언론산업은 인디펜던트의 창업주가 예상하지 못할 만큼 격변하고 있다”며 “이제 신문도 새로운 독자와 디지털 기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적응해야 한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디펜던트는 이제 온라인으로만 뉴스를 전달한다.

영국의 주요 매체들도 인디펜던트의 변화에 주목했다. 가디언은 이날 사설에서 “지난 어느 때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이 필요하지만 대다수 언론들은 경영난으로 자극적인 기사에 집중하고 있다”며 “훌륭한 매체인 인디의 종이신문 폐간을 즐거워할 언론은 없을 것”이라고 경쟁자의 퇴장을 안타까워했다. 영국 킹스턴대의 브라이언 캐쉬카트 언론학 교수는 가디언에 기고를 싣고 “거대 매체인 ‘선’지나 ‘텔레그래프’도 같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전망한 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있다. 인디펜던트의 이름은 온라인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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