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은 그의 시를 노래의 형태로 불렀을 뿐이다.”
13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가수 겸 시인 밥 딜런이 호명되는 순간 발표장에서는 긴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곧이어 이 이변을 타전하려는 기자들의 움직임으로 장내가 술렁였다. 이미 1996년부터 후보로 거론돼 온 딜런의 이날 수상이 ‘깜짝 발표’로 여겨진 것은, 그간 스웨덴 한림원이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인사에게 문학상의 문호를 개방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의심의 눈초리에도, 적잖은 전문가들은 주저 없이 딜런의 노랫말을 시어이자 예술로 칭송해왔다. 줄곧 딜런을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해온 미국 버지니아군사대학 고든 볼 교수는 “시와 음악은 서로 연결돼 있으며 딜런은 특히 과거 음유시인들과 마찬가지로 시와 음악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라고 말해왔다. 버지니아대학 앨리슨 부스 교수도 “그의 작품을 문학으로 보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딜런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평단은 특히 반전을 노래하면서도 아름다운 은유를 구사하고, 평화와 자유를 갈구하는 서정적인 시어를 다루는 능력을 높이 샀다.
이런 인식의 토대에서 미국 학계가 딜런의 노랫말을 문학 텍스트이자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오랜 일이다. 미국 대학가의 영문학과마다 ‘밥 딜런 시 분석’ 강좌가 유행했고, 미국 고교와 대학에서 교과서로 쓰이는 ‘노턴 문학개론'(Norton Introduction to Literature) 등에도 딜런 작품이 수록됐다. 그가 1965년 내놓은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은 2005년 영국 잡지 ‘언컷’의 조사에서 ‘세상을 바꾼 가장 뛰어난 대중문화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림원 종신서기인 사라 다니우스는 “시를 노래의 형태로 부른 딜런은 고대 그리스 시인들과 다를 바 없다”며 “딜런의 작품은 완벽히 시로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록에 시어를, 메시지를, 예술을 불어넣어 비평가들에게 전설로 숭앙 받아 온 딜런은 이제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미국 대중 음악 지성사에 다시 한번 한 획을 긋게 됐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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