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 앞 육교 두고 보수 진보 세력 양 갈래 집결
광화문 집회 가려다 한남동으로 발길 돌리기도
민주노총 조합원 2명, 경찰과 충돌하며 체포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실패한 이튿날인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은 윤 대통령 탄핵 찬반 단체의 집결로 종일 혼잡했다. 새해 첫 주말 광화문 집회 참가 예정 인파까지 한남동으로 몰리며 오후 한때 지하철이 6호선 한강진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강성 보수 세력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한 진보단체는 관저 인근 한남초등학교 쪽 인도와 도로에 속속 모여들었다. 한남초 앞 보도육교 위쪽 방면 길은 보수 세력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점령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성조기와 태극기, ‘새해 소원은 이재명 체포’ 손팻말 등을 연신 힘차게 흔들었다.
태극기 물결이 넘실거린 강성 보수진영 내에선 2030세대도 눈에 띄었다. 최모(33)씨는 "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 뉴스를 보고 분노가 치밀어 이날 새벽부터 대구에서 상경했다"고 했다. 그는 '탄핵은 무효로 해야만 한다'는 문장과 함께 ‘STOP THE STEAL(부정 선거 의혹을 밝히라는 취지의 구호)’ 손팻말을 들어 보였다. 경기 안양에서 온 직장인 김나은(36)씨도 체포영장 불발에 안도하며 “체포영장 유효기간인 6일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집회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지지 진영 반대편인 보도육교 남쪽 방면에선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 인사들이 운집해 대통령경호처를 방패 삼아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한 윤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집회 현장에선 "윤석열을 체포하라" 구호가 연신 울려 퍼졌다. 일부 집회 참가자는 공수처의 영장 집행 과정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최모(28)씨는 "남태령 집회 때는 농민과 경찰이 24시간 대치했는데 어제는 5시간 30분만 버티고 밍숭맹숭 관저를 내려온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쯤 민주노총이 대통령 관저를 향해 행진하면서 일대는 더욱 어수선해졌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들을 향해 거친 욕설을 내뱉거나 고함을 쳤다. 경찰은 양 진영의 충돌로 인한 불상사를 막으려 관저에서 400m 떨어진 도로까지 시민들의 보행을 통제했다.
행진하던 민주노총과 경찰이 충돌하기도 했다. 경찰은 행진 통제를 위해 ‘ㄷ’자로 민주노총 진영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민노총 집회 참가자들은 “비켜! 비켜! 비켜!” 구호를 외치며 길을 막은 경찰들을 밀쳐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민주노총 조합원 2명이 행진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했다고 보고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민주노총은 "경찰의 폭력적 연행은 윤석열 내란범을 비호하는 내란동조 행위"라고 주장했다.
오후 들어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려던 진보와 보수 단체 회원들이 한남동으로 속속 몰리며 관저 일대는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관저 인근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은 한때 열차 무정차 구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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