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화 작가 '가족의 모양'
그림책 작가 전미화의 신작 '가족의 모양'은 가족의 본질을 곱씹는 동화다. 지난 이십 년간 부모가 부재한 집, 거주지를 잃고 떠도는 가족, 반려동물이나 식물과 살아가는 사람 등 평균적인 틀에서 벗어난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그려온 작가는 이번 책에서는 동심의 언어로 가족의 개념을 깊게 파고들었다.
다양한 가족의 어린이가 화자로 등장해 가족을 소개한다. 대가족의 식탁을 준비하는 아이부터 주말에만 집으로 돌아오는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 새로운 형제와 가족의 의미를 배워가는 아이, 조부모와 생활하며 의지하는 아이,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나온 아이가 화자로 등장해 가족을 얘기한다. 분명한 건 편견 없는 아이들의 눈에 비친 가족이란 단순히 혈연, 혼인, 입양으로 정의내려지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들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경험한 순간을 포착한다. 마주하는 사람과 보내는 일상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 본질을 저마다의 언어로 전해준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나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 '아프면 안아주는 사람', '맛있는 것을 같이 먹는 사람', '서로 웃긴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 '무섭지 않게 해주는 사람',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
밝은 색채와 자유로운 드로잉, 재기발랄한 멘트를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에게 가족은 각자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유일한 존재라는 진실에 가닿는다. 사랑과 온기로 가득찬 삶의 모든 순간, 가족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의 비밀을 알게 된 후에는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한 존재를 마주보고 이해하고, 포옹하고, 만지는 그 모든 순간이 가족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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