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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돈의문 박물관마을’에 사는 유령 이야기

입력
2018.05.03 18: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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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령이다. 아니, 유령이 되었다. ‘유령마을’에 사는 유령. 며칠 전 주요 일간지에 ‘돈의문 박물관마을’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약속이나 한 듯이 ‘유령마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기사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박물관마을이 서울시와 종로구의 소유권 다툼으로 얼룩지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거액의 혈세를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찾는 이 없는 ‘유령마을’이라는 것이다.

가구를 만드는 목수인 나는 유령마을이라 불리는 박물관마을의 입주 작가이다. 4월에 협약서를 쓰고, 올해 10월 31일까지 입주키로 협약을 맺었다. 6개월이라는 짧은 입주 기간의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번 기사를 보고 상황을 알게 되었다. 박물관마을이 서울시와 종로구의 소유권 분쟁으로 10월 31일까지 임시 승인을 받은 상태라는 것이다.

공방에서 나무만 만지며 사는 목수이기에 세사에 밝지 않다. 하지만 기사를 보며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첫째는 박물관마을의 권리를 두고 서울시와 종로구가 벌이고 있는 분쟁을 ‘다툼’이라 말하며,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부분이다. 기사를 살펴보면, 모호한 법 규정에 의해 소유권 분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시민과 구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두 기관이 1,000억원대가 넘는 가치를 지닌 박물관마을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시나 종로구의 이기주의라기 보다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두 기관 모두 법에 근거해 권리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쟁 기간이 길어져 박물관마을의 정상화가 늦어진다면 비판의 여지가 커지겠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어느 쪽도 비난하기가 힘들다.

또 하나는 박물관마을이 이용자 없는 유령마을이 되었다는 비판이다. 박물관마을은 올해 4월 10일 정식 개관을 했다. 그런데 기사들은 개관 후 불과 10여 일만에 게재되었다. 박물관마을은 이름에도 드러나 있듯 ‘문화’를 담는 마을이다. ‘문화’라는 것은 10여 일만에 드러나서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이는 상식에 속하는 문제다.

또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박물관마을에 ‘관람객 수’와 같은 계량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물론 관람 인원으로 대표되는 성과는 중요하다. 하지만 개관 후 불과 10여 일만에 관람객 수를 빗대어 ‘유령마을’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관람객 수가 급히 필요하다면 영화관과 스타벅스, 유흥주점을 입주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문화라는 것은 “오늘부터 부흥해보자!”고 해서 다음날부터 부흥되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고, 이는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박물관마을이 제 역할을 수행하려면 아마도 오랜 기간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그 성장 과정과 과정을 지켜보는 시간 자체가 이미 ‘문화’이다. 문화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고 흐름이기 때문이다.

그간 입주 작가들과 박물관마을 관계자들은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고, 다하고 있다. 물론 운영에 있어 여러 불합리와 부족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간에 비해 굵고 중요한 체험과 전시가 있었으며,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작가들과 만나고 교류했다. 나는 그 교류 자체가 인원수를 떠나 문화의 핵심이라고 믿고 있다.

비판적 논조의 기사들이 나온 후 박물관마을 관계자들과 입주 작가들은 무언가 급히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모호한 비판이 박물관마을을 졸속 문화마을로 변질시킬 징조가 보이고 있다. 서울시와 종로구의 소유권 분쟁은 조속히 해결되어야 하겠지만, 문화 외적인 논리와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않은 조급한 태도가 돈의문박물관마을의 소중한 의미를 망가뜨릴까 걱정스럽다.

김윤관 목가구공방 대표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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