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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뽁뽁이의 계절

입력
2018.11.30 04:40
수정
2018.11.30 13:3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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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증축된 일본식 가옥을 손봐서 사무실로 쓰게 된 지도 벌써 넉 날, 슬슬 월동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옛날집들이 밀집된 이 동네는 뽁뽁이(에어캡)나 두꺼운 비닐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창문은 기본이고 현관문, 심지어 건물 외벽 전체에 둘러놓는 경우도 이따금 보인다. 얼마나 추웠으면 저럴까 싶었는데, 이제는 남일이 아니다. 우리 사무실도 춥다.

일제강점기 지어진 건물답게 단열과는 담을 쌓은 집이다. 과거에는 온돌도 없이 다다미를 깔고 살았을 것이다. 그마나 증축된 부분은 온돌이 깔렸지만 전체적으로 집을 데우기엔 역부족이다. 언덕 높은 곳에 집이 있어 바람길을 지난 바람의 강도가 장난이 아니다. 내부를 살펴보니 벽지 아래에 그나마 얇은 단열재를 붙여놓기는 했다. 이층 천장의 근사한 트러스 구조물이 탐난 나는 천장을 뜯어내고야 말았다. 얇은 합판과 단열재를 없애버린 만행에는 대가가 따랐다. 본격 추위가 오지도 않았는데 이층 공간은 이미 시베리아를 능가하는 한기로 가득하다. 살을 찢는 추위가 닥친다는 소문인데, 이 집에서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다.

본격적인 월동 준비에 나섰다. 오래된 집의 단열 문제는 벽과 창문이다. 창문은 틈이 많고 유리가 얇으며 단열재가 들어 있지 않은 벽은 보온 역할을 못 한다. 벽은 면적이 넓어서 포기하고 창문만이라도 제대로 해보기로 계획했다. 단열은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게 기본이다. 그래서 찬 외부공기와 내부 사이에 단열재를 끼워 넣는다. 가장 좋은 차단재는 열 흐름이 전혀 없는 진공이다. ‘진공단열재’라는 제품도 있다. 아주 얇은 두께로도 엄청난 단열 효과가 있어서 이론적으로는 최상의 단열재이지만 크기에 맞게 재단하면 진공이 깨져버리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실제로는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는 스티로폼 같은 단열재가 가장 좋은데 비싸기도 하고 추가 마감 작업이 필요하다.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이려면 비닐 같은 것으로 단열과 바람을 막을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뽁뽁이의 장점이 나온다. 비닐은 바람을 막아주기는 하지만 얇아서 온도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뽁뽁이는 그 사이에 작은 원형 ‘에어캡’이 있어 열이 직접 전달되는 것을 막아준다. 어떤 건축가는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뽁뽁이를 수십 겹 겹쳐 단열재로 쓰기도 했다. 정확한 열관류율이 나오지 않아 몇 겹을 사용해야 하는지 검토하기 어렵지만 쓰기 나름으로 싸고 효과적인 단열재가 될수도 있는 것이다.

부산대 안영철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뽁뽁이는 분무기로 물을 분사시켜 유리 표면에만 부착하는 일반적 방법보다 창틀 전체에 부착하여 창문 틈으로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방식이 더 효과가 좋다. 뽁뽁이와 유리면 사이에 추가 공기층이 형성돼 단열 성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열손실을 30퍼센트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 유리면에 직접 부착하는 경우 1겹(17% 감소)보다는 2겹이 효과적이며, 2겹도 유리의 실내외 측에 각각 1겹씩(22% 감소) 부착하는 것보다는 실내 측에 2겹(25% 감소)을 부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따뜻한 공기를 최대한 지킨다는 단열의 의미를 볼 때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사무실은 최대한 효과가 나도록 뽁뽁이를 설치했다. 무엇보다 미관도 중요하므로 이중창 사이에 꼼꼼하게 두 겹씩 붙이고 안쪽 창으로 가려서 깔끔하게 처리했다.

단열과 열에너지를 계산하는 건축가이지만 내 사무실 문제를 대할 때는 이런 집에 사는 보통 사람처럼 하게 된다. 설계할 때는 당연히 시스템 창호를 쓰기 때문에, 오래된 창호는 우선 교체 대상으로 지목해 왔다. 하지만 내 사무실의 낡은 창호와 오래된 벽들은 다른 해법이 필요한 것 같다. 그 해답을 찾기 전까지는 매년 겨울 뽁뽁이와의 동거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

정구원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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