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미세먼지 22%가 경유차 탓, 휘발유차의 7배 넘어
경유세, 휘발유보다 L당 217원 싸… 전문가 “파격 인상을”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지속되면서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으로 꼽히는 경유 소비를 하루빨리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그간의 환경 우려와는 반대로, 어느새 1,000만대까지 급증한 경유차량을 줄이려면 경유에 붙는 세금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서민의 연료’ ‘표심 자극’ 등 그간 경유세 인상을 가로막았던 다분히 정서적 제약요인을 이제는 과감히 넘어, 환경을 최우선 순위로 한 근본적인 경유세제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수도권 미세먼지 원인 1위는 ‘경유차’
7일 관련 부처 및 업계에 따르면, 경유차량이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란 사실엔 이견이 많지 않다. 환경부의 조사 결과, 지난 2015년 수도권 미세먼지 배출량(약 5만8,500톤)의 22%는 경유차 매연(약 1만3,000톤)에서 비롯됐다. 이는 수도권 미세먼지 발생원인 중 가장 높은 것이자, 휘발유차 매연(3%)의 7배 이상이다.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해도 경유차 매연(11%)은 사업장(40%), 건설기계(16%), 발전소(14%)에 이은 4위 오염원이다. 특히 디젤 엔진은 미세먼지뿐 아니라, 연소 과정에서 질소산화물(NOx)이 공기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초미세먼지까지 생성해 ‘2차 피해’도 유발한다.
결국 경유차를 줄이는 게 미세먼지 감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셈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가 최근 미세먼지 감소를 위해 경유세를 인상을 권고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경유차는 오히려 급증하는 추세다. 작년말 기준 경유차량 등록대수(약 993만대)는 전체 차량의 42.6%를 차지했다. 2012년 700만대(37.1%)에서 6년 만에 293만대나 늘었다.
◇정부 정책이 경유차 선호 높여
이렇게 경유차가 급증한 데는 정부 정책의 영향이 컸다. 우선 휘발유보다 경유 가격이 저렴하다. 휘발유 대 경유 가격 비율은 100대 85 수준이다. 경유에 붙는 세금이 ℓ당 217원이나 적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클린디젤 정책으로 경유차에 주차료, 혼잡통행료 감면 등 각종 혜택까지 제공해 경유차량 선호도를 높였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는 “보통 경유차 값이 동종 휘발유 차보다 200만~300만원 비싸지만 현재 기름값으론 5.3년이면 차량 비용이 회수된다”며 “7~10년 차를 쓸 경우 소비자로선 경유차를 선택할 유인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유차를 줄이려면 이런 유인부터 없애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금처럼 미세먼지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에선 더 머뭇거려선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유류 관련 세금은 2007년 이후 인상된 적이 없어 그간의 물가ㆍ소득 상승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세해 준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창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엄청난 데도 지금 경유가격은 너무 낮아 상당히 올려도 무방하다”며 “경유차가 매우 비환경적이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경유차=생계형’ 아니다
‘경유차 이용자는 보통 영세자영업자’이고, ‘이들에게 이미 보조금을 주고 있어 경유세 인상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주장은 그간 대표적인 경유세 인상 반대 논리였다. 정부도 이런 이유로 그간 인상에 난색을 표해왔다. 특히 ‘경유세 인상=서민 증세’ 프레임은 선거를 앞둔 세금 인상의 강력한 억제요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전체 경유차의 과반(약 577만대)은 승용차다. 이들을 영세자영업자로 보긴 무리다. 경유차를 가진 영세사업자를 지원하는 유가보조금은 국민건강권 차원에서 별도 재원을 들여서라도 지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017년 기준 유가보조금 대상 영세자영업자(약 72만명)에 지원된 보조금은 약 2조6,000억원이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미세먼지, 세제 등을 따져보면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차이를 둘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홍종호 교수는 “경유차 1,000만대 시대는 과거 정부가 사라고 부추긴 측면이 크다”며 “경유세를 올리되 다만 ‘사라고 할 땐 언제고’라는 반발을 고려한다면, 경유차 소유주에 대한 지원 방안을 담은 대통령의 담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앞으로 공론화 과정을 통해 경유세 인상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획기적이고 즉각적인 인상에는 여전히 신중한 자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경유세 인상은 기획재정부 혼자 결정할 게 아니라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간 협의도 필요하다”며 “따져볼 여지도 많다”고 말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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