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일본 나고야시에서 열린 일본 최대 국제예술전시회에서 소녀상이 4일만에 전시가 중단됐다. 전시장을 찾은 가와무라 나고야 시장은 전시회 실행위원장인 아이치현 지사에게 소녀상의 전시 중단을 요청했다. 가와무라 시장은 한국의 위안부 관련 주장이 “사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망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일본이 소녀상에 대해 이처럼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안부 만행이 자신들의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가장 수치스러운 “불편한 진실”이기 때문이리라.
그런 불편한 역사를 대하는 독일의 태도는 일본과 180도 다르다. 독일에 있어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holocaust)은 일본의 위안부 만행만큼이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민족적 콤플렉스다. 독일인들도 심정적으로는 자신들의 치부를 얼마나 감추고 싶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일본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나치의 만행을 외면(外面)하지 않고 직면(直面)하였다. 역사교과서에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생생히 기록하여 후세들에게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
만일 가와무라 나고야 시장이 일본의 시장이 아니라 독일의 시장으로서 종군 위안부라는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망언을 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십중팔구 독일 검찰에 소환되어 독일 형법 제130조에 규정된 국민선동죄(Volksverhetzung)로 조사를 받았을 것이다.
독일은 1960년 형법 제130조에 나치 정권에서 자행된 만행을 공개적으로 옹호하거나 부인하거나 축소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처벌 조항을 도입하였다. 이를 어기면 원칙적으로 실형이다. 이 처벌 조항을 위반해 그동안 실형을 선고받은 극우파 지식인들만 수십 명에 이른다.
실제로, 2007년 쥔델(Ernst Zündel)이라는 극우파 언론인은 “정말로 600만명이 죽었을까? 진실을 밝힌다”라는 책자를 통해 유대인 학살의 피해자 숫자를 축소하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당시 68세의 나이에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형기를 모두 채웠다. 2016년 11월 하버베크(Ursula Haverbeck)라는 여성은 유대인 학살을 부인하는 책을 저술한 혐의로 87세의 나이에 실형 10월을 선고받았고, 유사범행으로 추가 기소돼 지금도 교도소에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셰퍼(Monika Schaefer)라는 여성이 “유대인 학살은 희대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한 혐의로 실형 10월을 선고받았다.
우리나라도 독일 형법 제130조와 같은 법을 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무위에 그쳤다. 2005년 8월 17대 국회에서 1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일제강점하 민족차별 옹호행위자 처벌법안”을 발의하였다. 이 법안은 제4조(민족차별행위 부인죄)에서 언론매체나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일본제국주의의 조선인 학살, 강제징용, 위안부 생활 강요 사실을 부인하는 자에 대해서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을 두었다. 이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2007년 11월 폐기됐다.
독일이 이처럼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부인하고 왜곡하고 감추려는 행동을 가혹할 정도로 단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한 양심의 발로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독일의 국가 이익에도 가장 부합한다는 냉철한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언제까지 2차 대전의 망령이 그들의 발목을 잡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이제는 그 망령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독일처럼 부끄럽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과거를 직면하라. 그래야만 속죄를 받을 수 있고 비로소 자유함을 누리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김희관 변호사ㆍ전 법무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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