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명 배우의 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송에 멋진 집이 등장했는데, 하자가 생겨서 건축주와 시공사 간에 다툼이 오가고 소송으로 진행된 것이다. 서로 잘못한 게 없다는 두 사람의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뉴스가 된 것만으로 충분히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나는 다른 의문이 떠올랐다. 이 사건에서 건축가는 어디 있나? 건축주와 시공사는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축가가 없다. 건축가가 없는 집이니, 이 집은 태생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을 수밖에.
건축주인 배우는 자신이 직접 집을 설계했다고 누차 이야기했다. 과연? 연예인이 집을 소개하며 본인이 직접 설계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일반인이 알고 있는 ‘설계’와 건축가가 하는 ‘설계’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게 된다.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직접 설계했다고도 하고, 초기 평면을 직접 스케치했으니까 설계자 자격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의견을 냈다, 참여했다가 아니라, ‘내가 다했어’. 특히 연예인이 방송에 나올 때는 이런 ‘과장’이 흔하다. 물론 현장에 살면서 거의 모든 것을 설계하고 꼼꼼하게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도 있다.
건축가로서 ‘설계한다’는 것은 대지를 분석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도면을 그리고, 허가를 내고, 집에 생길 수 있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디테일을 그리고, 예산에 맞는지 검토하고, 도면대로 지어지는지 감리하고, 문제가 생기면 현장에서 회의해서 수정하고, 지어진 후 발생하는 문제까지 해결하는 그 모든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에 모두 참여하고 ‘결과’에 ‘책임’까지 질 수 있을 때 ‘설계했다’는 말을 쓰는 것이다. 모양만 만들거나 몇 마디 던지거나 아이디어 몇 가지 냈다고 해서 설계가 될 수 없다. 위 연예인의 집은 아마도 허가에 필요한 도면은 건축사사무소에서 그렸을 것이며 구조 검토도 했을 것이다. 허가 도면에 의해 시공도 이루어지고 감리도 진행되었을 것이다. 도면, 허가 등 공식적인 일들은 건축사사무소 등록이 된 건축가들만 할 수 있다. 방송 내용으로는 건축가는 적극 개입하지 않았고 허가 같은 행정적인 일에 간접적인 도움만 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집은 건축가가 최소한의 개입만 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좋지 않은 결과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의욕 넘치는 건축주와 의욕 넘치는 시공사가 만났다. 건축주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집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바가 넘치고, 시공사는 유명인의 집을 짓고 얻을 수 있는 광고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둘 사이에서 조정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건축가는 없었다. 건축주는 설계를 직접 했다 하고 시공사는 직영 계약으로 집을 짓는데 도움을 주었을 뿐이라고 하며, 허가만 맡아준 건축가는 어둠 속에 있다. 비가 새고, 구배가 잘못되고, 수도가 빠져 있는 일들을 미리 파악하는 역할은 누구에게 있는가? 건축가의 몫이다.
인터넷 카페의 질문응답 코너는 일반인들이 ‘건축가’와 ‘설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300만원이면 허가도면 나옵니다, 건축사사무소에서 허가만 받고 알아서 지으면 돼요, 허가 도면만 최소로 해서 더 싸게 해달라고 하세요, 제가 다 설계하고 건축사한테 허가만 해달라고 했어요 등등. 건축가의 개입을 최소로 하는 게 가장 좋은 일인 양 통용된다. 건축가의 개입을 공사비를 높이는 요소로 생각하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허가방 건축’을 만들어온 건축가의 책임도 크다.
집을 짓는 일은 ‘협력’에 의해 완성된다. 하자는 시공사에서 알아서 해결하는 게 아니기에 건축주, 건축가, 시공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각자 역할도 다르고 경험도 다르기에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하고 어떤 문제도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책임을 질 줄 아는 ‘건축가가 있는 집’이 우리 사회에는 많아져야 한다.
정구원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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