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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웃고 공유하며 견뎌내자

입력
2020.04.18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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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Bin isolation outing’ 그룹
페이스북 ‘Bin isolation outing’ 그룹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우울증(COVID-19 Blues)’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우울감을 느끼는 증상을 뜻한다. 일감이 줄어들거나 재택 근무 기간이 길어지면서 집안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 길어져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도 급격히 줄어드니 쉽게 무기력해지고 고립감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골치 아픈 대인 관계 문제에서 해방되었다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억지로 사회적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되는 기회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럼에도 자택에만 머무르고 활동량이 줄어들면 몸과 마음이 처지고 우울감이 생기기 쉽다. 일조량과 운동량은 인간의 행복감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요소이다. 이혼율이 급증하고 가족 간의 충돌이 잦아졌다는 소식 또한 이러한 문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찰스 다윈은 강한 자가 아닌 변화에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고 했던가. 이 어려운 시기를 적응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해 보인다.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과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와중에 한편에서는 유머러스하게 상황을 견뎌내는 사람들의 소식도 들린다.

페이스북 ‘Bin isolation outing’ 그룹
페이스북 ‘Bin isolation outing’ 그룹

호주에서는 엄격한 자택 격리 속에서 유일하게 외출할 수 있는 시간이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시간이 되었다. 그 시간에 우스꽝스럽거나 화려한 옷차림으로 쓰레기통을 내놓는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고 있어 화제다. 잠수복이나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가는가 하면 만화 캐릭터나 영화 주인공의 의상을 입고 재밌는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작은 장난이었지만 이제는 쓰레기를 버리는 몇 분이라는 시간이 즐거운 이벤트가 된 것이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고 ‘쓰레기통 격리 외출(Bin Isolation Outing)’이라는 이름의 계정도 만들어졌다. 호주에서 시작된 이 이벤트는 전 세계로 퍼져 재미있는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국경 없는 놀이가 되고 있다. 코로나에 대한 엄청난 공포감에 못 이겨 총기 및 탄환을 사재기한다는 현상에 비하면 훨씬 건강한 모습이 아닐까 한다.

경직되고 답답한 대화 중에 적재적소의 농담이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처럼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 적당한 유머가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된다. 그 웃음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코로나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있을 것이다. 웃음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통증과 염증 수치를 경감시키고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킨다고 확인된 특효약이다. 스트레스는 코티솔과 같은 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시켜 면역 반응을 억제시키지만, 웃음은 질병에 대항할 면역계를 강화시킬 수 있다. 즉, 우울증 치료책이자 동시에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책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러스 전염에 대한 우려만 키우면서 우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작은 즐거움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다른 많은 사람과 공유하려는 행위는 지혜로워 보인다. 웃음을 공유하며 함께 견디어 보려는 긍정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둡고 무거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은 위기의 상황을 너무 무겁지 않게 버티어낼 수 있는 일종의 적응력이 분명하다. 또 느슨해진 사회적 거리를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좁혀 가며 연결감을 유지하려는 시도도 인상 깊다. 지금의 상황에서 외로움과 고립감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이 순간에도 여전히 어딘가에서 사망자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계속해서 늘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웃음을 잃지 않고자 애쓰며 ‘이 시기를 어떻게 지혜롭게 극복해나갈까’ 고민하며 지혜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노력과 지혜를 통해 너무 늦지 않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김혜령 작가ㆍ상담심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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