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의 IQ 지구를 건넌 축지법 / 중력을 조절해 공중 부양 / 허본좌 허경영 / 눈빛으로 병들을 고쳐 / 내 이름 부르면 모든 게 바뀌어.”
허경영이 발표했던 디지털 음원 ‘허본좌 허경영’ 가사의 일부다. 자신이 주장하는 ‘믿거나 말거나’ 내용을 랩으로 만들었다. 한국 최초의 ‘허언증 랩’일 터다. 이 노래를 듣고 미간을 찌푸리는 대신, 재미있다고 웃어넘기는 순간 당신은 이미 허경영에 걸려든 것이다. 허경영이 노리는 것은 이런 정서적 친화다. 그는 주류 문화와의 교배를 통해 끊임없이 이미지를 세탁하고 있다. 그동안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여러 차례 출연했으며, 그와 관련된 유튜브 채널 구독자도 이미 수십만 명이다.
허경영은 재미있는 기인(奇人)이 아니라, 아주 위험한 반사회적 인물이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허위 사실 적시와 명예훼손죄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교제ㆍ결혼설을 퍼뜨리고, 부시 미 대통령과 찍었다던 가짜 합성사진을 유포했다. 망상에 가까운 어이없는 범죄다. 오죽했으면 과거 측근조차 방송에 나와 “허경영은 숨쉬는 것 빼고 다 거짓말”이라 했을까.
최근 총선에서도 국민혁명배당금당을 창당해 기행과 허언을 일삼았다. 정치자금법 기준보다 딱 1명 많은 77명의 여성 후보를 내면서 ‘여성 추천 보조금’ 8억4,000만원을 싹쓸이했다. 성범죄 전과자를 2명씩이나 공천하고서도 말이다.
그가 내건 공약들도 하나같이 허무맹랑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기본 소득’같은 복지 어젠다와 연결시켜, 그의 허풍을 진지하게 얘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허경영 뉴스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라. 멀쩡한 유력 매체에서도 기존 정치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준거로 그를 무수히 소환하고 있다. 그렇게 시민사회가 정서적 품을 내준 결과가 이번 총선 득표율 0.7%다. 무려 20만명이 지지했다. 페미니즘 정당을 표방한 ‘여성의 당’ 득표율과 맞먹고, 녹색당 0.2%의 3배가 넘는다. 끔찍하지 않은가. 우리가 사석에서, 공적 매체에서 웃고 낄낄대는 사이에 그의 반사회성이 질서화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안색을 고쳐야 한다.
황금 시간대에 나와 그가 열변을 토하던 TV 연설과 전화 마케팅은 SNS에서 큰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허경영을 놀이로 삼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SNS가 허경영 놀이터가 됐다. 그로 인해 허경영의 음습한 반사회적 이미지가 또 한번 세탁됐다. 그의 위험성과 축재 과정의 문제점은 그동안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 지속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그의 일탈과, 이를 재미로 바라보는 여론의 동거는 계속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의 수입원은 ‘하늘궁’이라는 정체불명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강연과 신체 접촉 치유 행위 등이다. 1회 참가비가 10만~20만원이란다. 강연에서 자신이 신인(神人)이라고 떠들고, 천국행 티켓으로 불리는 ‘백궁’ 명패를 개당 300만원에 팔고 있다. 이쯤 되면 유사 종교다. 우리가 그를 친근한 ‘코믹 아이콘’으로 만드는 사이, 지지자들은 피 같은 재산을 갖다 바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출마해 돌출 행동을 일삼는 허경영의 목표는 당선이 아니라, 자신의 기이한 사업과 치부를 위한 ‘명성 획득’으로 보인다. 지지자들은 그의 사회적 명성에 눌려 그루밍됐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 명성, 우리가 만들어 줬다. 우리의 웃음과 관심은 허경영의 위험한 반사회성을 키우는 질 좋은 거름이다. 그러니 허경영을 술자리 웃음거리로도 삼아선 안 된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총기 테러범을 두고, 그를 호명하지 말고 이름 없는(nameless)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허경영도 마찬가지다.
이주엽 작사가, JNH뮤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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