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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혁신위가 성공하려면

입력
2020.07.22 06: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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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과연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새롭게 가동한 당 혁신위원회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의 답변에 불안감이 든다. 왜일까? 당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갈등과 함께 당을 범여권으로 생각하는 지지층과 조국사태 이후 공정과 젠더 이슈에 민감한 지지층 간의 충돌은 불안감을 전해준다.

류호정 의원은 7월 10일 SNS에 “유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면서도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장혜영 의원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며 “성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 파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심상정 대표는 두 의원의 조문 거부에 대해 14일 “유족과 시민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초 장혜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 혁신위가 무난하게 8월 말 전당대회까지 혁신안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심 대표의 조문 사과는 ‘도로민주당 2중대’로 가는 신호로 비친다는 점에서, 당 혁신위가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을 시도하려는 것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여러 험로에 맞서 당 혁신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민주당 2중대’로 비치는 배경에 지지층간 충돌에 따른 혼란이 큰 만큼, 지지층 재구성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범여권으로 생각하는 지지층은 노회찬 의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이 점을 착안하여 바람직한 노회찬 정신의 정립을 위해 노무현과 노회찬의 노선 차이를 비교하는 게 필요하다.

두 사람은 진보정치가로서 유사점이 많다. 하지만 한미 FTA, 삼성 X파일, 권양숙 여사 불법자금수사 이슈에서 갈등했다. 노회찬은 2007년 4월 10일 한미FTA 협상의 주역인 노 대통령을 신자유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며 “만약 노 대통령이 2002년 대선에서 한미FTA를 공약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그 자리에 앉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노무현은 이런 비판에 대해 유작인 ‘진보의 미래’에서 “정통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비판하지만, 진보가 ‘진보원리주의’라는 정통 구진보좌파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되며, 시장을 인정하는 ‘제3의 길’과 같은 신진보를 고려하라”고 했다.

또한 삼성 X파일에서도 달랐다. 노 대통령은 2005년 8월 8일 ‘X파일 수사간담회’에서 “정ㆍ경ㆍ언 유착도 중요한 문제지만 도청 문제가 더 본질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회찬은 2006년 5월 24일 “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X파일의 핵심은 국정원의 불법 도청이지 삼성과 연계된 도청 내용이 아니다’라고 했다며 부당한 수사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권 여사 불법자금 수사에서도 달랐다. 노회찬은 2006년 4월 9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인인 권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대표에게 돈을 받았다고 고백한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고, 참 구차하다”고 비판했다.

두 정치가는 인간의 유한성을 보여줬다. 정의당 혁신위는 인간의 유한성 노출이 강화되는 세계화, 탈물질주의화 등으로 표현되는 21세기 시대 상황에 맞게 ‘탈권위주의적 개인주의’와 ‘탈물질주의적 생활정치’를 신진보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구진보에 맞서는 혁신위를 기대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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